
북한의 잇따른 도발 위협속에서 최근 방송사·금융사에 대한 사이버테러까지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뛰어난 '용병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현 정부의 장·차관급 인사 과정을 보면 국민의 눈에 한심하게 비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인수위 시절인 지난 1월 29일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황철주, 김학의, 김병관 후보자의 사퇴가 줄을 이었다. 심지어 전임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인선을 '상의'했다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까지 특정업무경비 유용 등의 의혹을 받고 사퇴했다.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뽑은 장·차관급 이상 고위직 7명이 꽃봉오리도 터트리지 못한채 물러난 꼴이 됐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청와대의 이같은 인사 검증에 대해 적잖은 유감을 표명한다. 비판을 넘어 안타깝다. 청와대는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고위직 인사에 흠결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같은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안 간다. 청와대가 당사자에게 백지신탁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직에서 물러난 황철주씨나, 21·22일 각각 사퇴한 김학의 법무차관과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등 모두가 청와대의 인사검증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물론 수십명의 고위직을 한점의 흠결도 없는 인물로 모두 채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최소한 상당수의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는 인물을 골라서는 안 된다. 천리길을 떠나려는 사람은 첫 걸음을 잘 옮겨 놓아야 한다고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첫 걸음이 뒤뚱거리면 도저히 천리길을 갈 수 없다.
여당인 새누리당까지 청와대의 허술한 인사 검증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상일 대변인은 최근 논평을 내고 "청와대는 더 이상 인사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보다 철저하고 체계적인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다"고 했다. 특히 그는 "허술한 검증으로 국정 운영에 큰 차질을 빚게 한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청와대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 검증과 관련 어떠한 변명도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작금의 사회적 환경을 볼 때 국민에 대한 납득보다는 자칫 청와대 검증팀의 무능 부각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국가 최고의 기관답게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정부를 믿고 따를 것이며, 국민이 따라줘야 박 대통령이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책임총리' '창조경제' '중소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 아울러 이번 인사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한점의 의구심도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괜하게 사퇴와 낙마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희망을 심어줘야 할 새 정부가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역사 인식 등 각종 문제에 대해 변화와 대처의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인사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온 국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