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오후 10시께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민박집에서 MT를 즐기고 있는 대학생들. /김주엽기자
신학기를 맞아 한창인 대학가 MT(일명 수련회)가 '폭음 현장'이 되고 있다.

지난 22일에도 인천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으로 인천지역 한 대학에서만 4개 과가 MT를 왔다. 경인일보 기자가 학교와 학생들의 동의하에 이들 4개 과 MT를 동행 취재했다.

이날 밤 10시께 해수욕장 인근 민박집 마당에 한 학과의 술자리가 벌어졌다. 학생들은 '주루마블'이란 게임을 하며 술을 마셨다. '주루마블'은 주사위를 던져 나온 위치에 부동산을 획득하는 게임인 '블루마블'을 응용한 것으로, 주사위를 던져 게임판에 미리 써놓은 주량, '소주 5잔', '양주 3잔' 등이 나오면 그 내용에 따라 술을 마시는 것이다.

학생들은 이 게임을 통해 한 번의 거부감도 없이 많은 양의 술을 들이켜고 있다. 한 학생에게 술 마시기가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자 "MT나 술자리가 함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곳에 참석하지 않으면 소외받는 기분을 느낀다"며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인근 다른 과의 MT 현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장의 한 학과 회장은 "술자리에서 우리의 단결된 모습을 보이자"며 학생들에게 돌아가며 술을 마시는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이른바 '파도타기'다.

한 학생은 "술을 마시는 게 힘들지만 거절하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 계속 마신다"며 "개강 후 거의 매일 술자리 모임이 있었는데 한 곳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40여명이 함께 온 어떤 학과의 MT 현장에는 소주 150병, 맥주 피처(1.6ℓ) 20병, 양주 5병, 막걸리 15병 등 빈 병이 널브러져 있었다. 다 합치면 1인당 소주 4병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폭음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경기도 대학생 MT에서 폭음으로 인한 급성 알코올 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등 끊이지 않는 폭음 사고에도 불구하고 실제 MT 현장에서는 이 같은 사실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간 술자리가 너무 잦다 보니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를 하는 등 문제가 되고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술자리를 자제해 달라는 공문을 각 과에 보내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대학가의 폭음 문화에 대해 술을 빼놓고는 많은 인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대학가 문화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인하대 교육학과 탁수연 교수는 "기성세대가 술을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의 한 척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배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학생들에게 술자리 이외에도 새로운 놀이문화를 찾아주는 것이 기성세대의 숙제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