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반도체 청주공장의 염소가스 누출 사고 이후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 공장에서 지난해 8월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터졌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고, 이런 사실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유독물질을 다루는 전국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나섰지만 신고되지 않은 사고까지 파악,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여전히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미신고 사고, 조사 대상에서 빠져…환경부 전수조사 '허점'

환경부는 전국의 유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4천296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난 19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뤄진다.

전국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업장의 위험물질 폭발·누출 사고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다. 안전관리에 대한 조직·인적 시스템 구축 방안도 마련된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도 전수조사 첫 날인 지난 19일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LG화학 청주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산업현장 폭발사고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규정한 뒤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취약점을 찾아 예방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현장 생산 설비와 안전시설을 살펴보고 예전의 사고 내역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장 내에서 누출된 유독물질을 자체 처리한 뒤 관계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사고는 사실상 파악이 불가능하다.

지난 22일 염소 누출 사고가 난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서 지난해 8월 1일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인 염화붕소가 누출돼 장비업체 직원 3명이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행히 이들의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SK하이닉스는 이때도 경미한 사고라고 판단, 당국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이 사고는 이번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불거지기 전에는 관계 당국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사고 발생 업체가 쉬쉬하면 밝혀내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환경부 전수조사팀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신고하지 않은 사고를 우리가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번 전수 조사는 신고된 사고를 중심으로 예방책을 마련하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점이 이번 전수 조사의 한계"라며 "업체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 말대로라면 인명 피해가 없어 신고되지 않은 '작은 사고'가 잇따랐던 사업장은 안전성 위해 요소가 상존하고 있음에도 '안전한 현장'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청주산단 직원·주부 불안 '가중'

지난해 8월 LG화학 청주공장 폭발사고, 올해 1월 ㈜GD 불산 누출사고에 이어 지난 22일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염소가스 누출 사고가 잇따르자 '청주산단에서 언제 또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는 주민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청주지역 주부들이 활동하는 한 인터넷 카페 회원인 한 주부는 "(지난 22일) 오전에 (염소 가스가) 누출됐다던데 그날 오후에 아기랑 나가 산책하고 장도 봤다. 이런 일이 잦아지니 정말 이사 가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인근 산남동에 거주하는 한 주부는 "우리 신랑 조금 이따가 거기(하이닉스 청주공장)로 출근하는데 어떻게 해요. 그만두라고 할까"라고 걱정했고, 수동에 사는 한 주부도 "저희 신랑 지금 거기에서 일하고 있는데 불안해 죽겠다"고 우려했다.

이 회사에 다닌다는 한 주부는 "나 오늘 회사에 안 가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상당구 율량동에 사는 주부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사고가 자주 나는 것 같다"며 "따지고 보면 신고가 접수조차 안 되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는 기업의 축소·은폐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완벽한 유해화학물질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