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도청 본관 2층 프레스센터에서 도지사실로 통하는 복도 중간의 육중한 방화 철문이 종종 닫힌다. 도청으로 들어갈 수 있는 1층 6개의 출입문도 별관으로 통하는 뒷문 하나만 남겨 놓고 모두 닫히기 일쑤다.
홍준표 지사가 지난달 26일 적자 누적과 운영상 문제 등을 들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후 노조원 출입을 통제하는 풍경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지사들이 차마 단안을 내리지 못한 현안을 '칼같이' 정리했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굳게 닫힌 철문이 홍준표 도정의 '불통'을 상징한다는 지적도 많다.
'모래시계 검사'란 애칭을 가진 집권당 대표 출신 홍 지사가 고향의 도백을 맡은 지 오는 29일로 100일을 맞는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정의와 서민을 내세우며 부정부패 청소를 진두지휘하고 재정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공언이 현실화되자 간부들이 도청 복도를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그동안 야권 도의원, 일부 시장·군수, 시민·노동단체로부터 '불통', '독불장군', '깜짝쇼', '촌놈 무시' 등과 같은 비난과 공격을 끊임없이 받았다.
평판이 극단으로 엇갈리는 홍 지사 취임 100일의 성과, 문제점, 향후 전망 등을 정리했다.
◇ 부패척결·건전한 재정 추진에 정치력 '결합'
홍 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벼랑 끝에 놓인 서민의 삶,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서민 도지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당한 경남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그는 공직자 자신부터 당당해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도정이 깨끗해질 때까지 비위가 적발되면 바로 고발 조치하는 고강도 사정을 예고했다. 실제로 몇 사람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전국 어디나 토착 부패 세력들이 있고, 도지사가 연계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당선 후 저녁식사를 외부인사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껏 지키고 있다.
경남도가 일하지 않고 부패한 조직이라고 인식한 그는 수시로 사고·행동·과정의 혁신을 역설하며 간부들을 질책, 초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도 부채가 1조3천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자 2017년까지 6천608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재정점검단 설치,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순세계잉여금 일정비율 채무 조기 상환,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 대형공사 설계변경 엄격심사 등 세부 방안도 제시했다.
홍 지사는 18개 시·군 가운데 재정 자립도·자주도가 낮은 곳은 특별관리하고 다양한 지원을 늘려가는 '상박하후(上薄下厚)'식 지역 균형발전 시책을 시도하고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부권개발본부를 설치했고 공공기관 일부 서부 이전을 약속했다. 교통안전공단 지사를 진주에 유치하기도 했다.
제주로 옮긴 현대캐피탈 리스영업점을 다시 경남에 유치해 연간 130여억원의 지방세 수입을 올리려고 직접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임 김두관 지사 시절 각 시·군에 20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 탈락한 시·군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중앙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투자 유치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교통안전공단 경남지사를 유치한 데 이어 현대, 효성 등 대기업과 각종 사업을 막전막후에서 논의하고 서울본부와 투자유치단을 거쳐 다양한 투자 의향을 접수하고 있다.
◇ 불통·독단 이미지 변신은 큰 숙제
홍 지사는 취임 후 도의회 야권 의원들과 인사청문회, 진주의료원 폐업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 사안들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도의회 의장과 전격 합의, 협약까지 체결하고 시작했지만 단 한 번으로 끝나고 말았다.
홍 지사가 시·군 순방 과정에서 중단을 일방 선언했다. 야당 도의원들이 검증 결과 비공개 약속을 깼다는 것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첫 검증 대상자 가운데 1명인 강모택 람사르환경재단 대표 내정자에 대한 도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둘러싼 충돌이 주원인이었다.
여야 도의원 모두 강 내정자를 부적격이라고 판단했으나 홍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강 후보자가 결국 사직했지만 홍 지사가 받은 상처는 적지 않았다.
산하 기관 개혁 조치의 하나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홍 지사의 '불통행정의 극치'란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두 달간의 고심, 수차례의 보고를 받은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과 노동계는 공공의료는 간데없고 '장사꾼 논리'만 남았다며 반발했다.
그는 적자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강성노조 해방구'로 변한 병원 경영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도저히 더는 운영할 수 없다며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를 두고 홍 지사가 이념 편향되고 노동 세력을 적대시하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바로 다음날 이어진 출자출연기관 구조개혁 조치도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를 희석하려 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립대학과 문예 3개 기관 통·폐합 방침에도 해당 지역과 분야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소속 도의원들도 의회를 무시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홍 지사를 두고 아직 중앙 정치인, 강력부 검사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들이 많다.
그는 선거 당시 '강한 도지사'란 구호를 즐겨 사용했지만 취임 후 중앙부서와 협의 과정 등을 거치면서 주위에 사용자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본인의 사양에도 홍 지사는 '강해도 너무 강한' 이미지를 쉽게 못 벗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면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환자와 직장을 잃어야 하는 직원이 각 200여명이나 있지만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고 노조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다. 도지사의 자세로 합당한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벌써 내년 선거는 물론 더 먼 정치적 꿈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 일련의 조치들도 그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김용덕 위원장은 "홍 지사와는 솔직히 소통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범주 안에 들어야만 듣고 아니면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첫 인사도 상식을 벗어난 측면이 있어 직원들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강석주 의원은 "취임 직후부터 예산확보와 도정 개혁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후 조례개정 협의를 해온 것 등은 문제가 있는 만큼 개혁과정도 의회와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
홍준표 지사가 지난달 26일 적자 누적과 운영상 문제 등을 들어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후 노조원 출입을 통제하는 풍경이다.
일각에서는 역대 지사들이 차마 단안을 내리지 못한 현안을 '칼같이' 정리했다는 평가를 한다. 그러나 굳게 닫힌 철문이 홍준표 도정의 '불통'을 상징한다는 지적도 많다.
'모래시계 검사'란 애칭을 가진 집권당 대표 출신 홍 지사가 고향의 도백을 맡은 지 오는 29일로 100일을 맞는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정의와 서민을 내세우며 부정부패 청소를 진두지휘하고 재정난 해결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였다. '일하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공언이 현실화되자 간부들이 도청 복도를 뛰어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홍 지사는 그동안 야권 도의원, 일부 시장·군수, 시민·노동단체로부터 '불통', '독불장군', '깜짝쇼', '촌놈 무시' 등과 같은 비난과 공격을 끊임없이 받았다.
평판이 극단으로 엇갈리는 홍 지사 취임 100일의 성과, 문제점, 향후 전망 등을 정리했다.
◇ 부패척결·건전한 재정 추진에 정치력 '결합'
홍 지사는 취임 일성으로 "벼랑 끝에 놓인 서민의 삶, 소외된 사람들을 챙기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서민 도지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정의로운 도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당당한 경남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그는 공직자 자신부터 당당해야 한다며 비리 척결을 강조했다. 도정이 깨끗해질 때까지 비위가 적발되면 바로 고발 조치하는 고강도 사정을 예고했다. 실제로 몇 사람이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그는 전국 어디나 토착 부패 세력들이 있고, 도지사가 연계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당선 후 저녁식사를 외부인사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금껏 지키고 있다.
경남도가 일하지 않고 부패한 조직이라고 인식한 그는 수시로 사고·행동·과정의 혁신을 역설하며 간부들을 질책, 초긴장 분위기를 조성했다.
도 부채가 1조3천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자 2017년까지 6천608억원으로 줄이겠다고 대책을 내놓았다.
재정점검단 설치, 예산낭비신고센터 운영 활성화, 순세계잉여금 일정비율 채무 조기 상환,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 대형공사 설계변경 엄격심사 등 세부 방안도 제시했다.
홍 지사는 18개 시·군 가운데 재정 자립도·자주도가 낮은 곳은 특별관리하고 다양한 지원을 늘려가는 '상박하후(上薄下厚)'식 지역 균형발전 시책을 시도하고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서부권개발본부를 설치했고 공공기관 일부 서부 이전을 약속했다. 교통안전공단 지사를 진주에 유치하기도 했다.
제주로 옮긴 현대캐피탈 리스영업점을 다시 경남에 유치해 연간 130여억원의 지방세 수입을 올리려고 직접 나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임 김두관 지사 시절 각 시·군에 200억원씩 지원하기로 한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전면 재검토, 탈락한 시·군의 원망을 사기도 했다.
중앙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던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투자 유치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기도 하다.
교통안전공단 경남지사를 유치한 데 이어 현대, 효성 등 대기업과 각종 사업을 막전막후에서 논의하고 서울본부와 투자유치단을 거쳐 다양한 투자 의향을 접수하고 있다.
◇ 불통·독단 이미지 변신은 큰 숙제
홍 지사는 취임 후 도의회 야권 의원들과 인사청문회, 진주의료원 폐업 등을 놓고 충돌했다. 이 사안들은 모두 현재진행형이다.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는 선거과정에서 새누리당 소속 도의회 의장과 전격 합의, 협약까지 체결하고 시작했지만 단 한 번으로 끝나고 말았다.
홍 지사가 시·군 순방 과정에서 중단을 일방 선언했다. 야당 도의원들이 검증 결과 비공개 약속을 깼다는 것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첫 검증 대상자 가운데 1명인 강모택 람사르환경재단 대표 내정자에 대한 도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둘러싼 충돌이 주원인이었다.
여야 도의원 모두 강 내정자를 부적격이라고 판단했으나 홍 지사는 임명을 강행했고, 야당은 철회를 강하게 요구하며 팽팽하게 맞섰다.
강 후보자가 결국 사직했지만 홍 지사가 받은 상처는 적지 않았다.
산하 기관 개혁 조치의 하나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전격 발표한 것은 홍 지사의 '불통행정의 극치'란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지사는 두 달간의 고심, 수차례의 보고를 받은 끝에 내린 결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과 노동계는 공공의료는 간데없고 '장사꾼 논리'만 남았다며 반발했다.
그는 적자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강성노조 해방구'로 변한 병원 경영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어 도저히 더는 운영할 수 없다며 사망선고를 내렸다.
이를 두고 홍 지사가 이념 편향되고 노동 세력을 적대시하는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는 야권의 공세가 이어졌다.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바로 다음날 이어진 출자출연기관 구조개혁 조치도 진주의료원 폐업 조치를 희석하려 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협의가 충분하지 않은 설익은 상태에서 발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도립대학과 문예 3개 기관 통·폐합 방침에도 해당 지역과 분야 관계자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사전 협의나 통보도 없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여당 소속 도의원들도 의회를 무시한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홍 지사를 두고 아직 중앙 정치인, 강력부 검사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들이 많다.
그는 선거 당시 '강한 도지사'란 구호를 즐겨 사용했지만 취임 후 중앙부서와 협의 과정 등을 거치면서 주위에 사용자제를 요구했다.
그러나 본인의 사양에도 홍 지사는 '강해도 너무 강한' 이미지를 쉽게 못 벗을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하면서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환자와 직장을 잃어야 하는 직원이 각 200여명이나 있지만 한 번도 병원을 찾지 않았고 노조와 직접 대화를 하지 않았다. 도지사의 자세로 합당한지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홍 지사가 벌써 내년 선거는 물론 더 먼 정치적 꿈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 일련의 조치들도 그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경남도청 공무원노조 김용덕 위원장은 "홍 지사와는 솔직히 소통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같은 범주 안에 들어야만 듣고 아니면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첫 인사도 상식을 벗어난 측면이 있어 직원들이 어떻게 될지 불안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의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인 강석주 의원은 "취임 직후부터 예산확보와 도정 개혁을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 후 조례개정 협의를 해온 것 등은 문제가 있는 만큼 개혁과정도 의회와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