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2012-2013시즌 시상식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지난 시즌 나란히 중국 여자농구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바스켓 퀸' 정선민(39)과 '총알 낭자' 김영옥(39)이었다.

둘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출범 15주년을 맞아 선정한 '15년 베스트5'에 나란히 선정돼 이날 2012-2013시즌 베스트5에 대한 시상을 직접 했다.

정선민은 2011-2012시즌을 끝으로 국내 무대를 떠났고 지난 시즌 중국 산시팀으로 옮겨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산시팀은 2012-2013시즌에 1부리그로 갓 승격한 팀이었지만 정선민과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꼽히는 마야 무어 등을 앞세워 1부 진출 첫해에 우승까지 차지했다.

김영옥은 2011-2012시즌부터 중국 베이징팀에서 2년간 뛰었고 2011-2012시즌 베이징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다음 시즌 계획을 묻자 둘은 "이제 선수 생활은 그만 하려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영옥은 2세에 대한 준비를 더 늦추기 어렵다고 했다.

중국에서 뛴 소감을 묻자 김영옥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 중국 무대에 진출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며 "처음에는 키(168㎝)도 작은 선수라고 은근히 무시하던 중국 선수들이 나중에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게 됐을 정도로 2년간 성공적으로 뛰었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정선민 역시 "나도 잘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 한국 여자농구에 누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많았다"며 "다행히 우승까지 하게 돼 만족스럽고 한국 농구를 알릴 수 있어 보람 있고 즐거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여자프로농구에는 여성 지도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지난 시즌 이옥자 감독이 구리 KDB생명 사령탑에 올라 최초의 여성 감독이 됐고 다음 시즌에는 전주원(우리은행), 유영주(KDB생명), 박선영(국민은행) 등 여성 코치들이 대거 벤치에 앉는다.

하지만 둘은 지도자 데뷔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선민은 "선수를 그만둔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 더 공부를 하면서 견문을 넓혀야 한다"며 "준비가 되고 난 다음에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런던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된 한국 여자농구에 대한 걱정도 컸다.

정선민은 "4월 초에 한국, 중국, 일본, 대만 4개국 클럽대회가 열리는데 이 대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처럼 중요한 국제 대회는 아니어도 이런 대회부터 선수들이 직접 뛰면서 보완할 점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옥은 "물론 소속팀 경기도 중요하겠지만 국가대표 선수들은 조금 더 태극 마크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비시즌에 열릴 국제대회도 염두에 두고 몸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둘은 "최근 여자농구가 위기라는 말들이 많다"며 "국제 대회나 프로 리그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한다면 팬들도 박수를 보내주실 것"이라며 후배들의 분발을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