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때로는 억압에 저항하고, 때로는 고통을 견디며 묵묵히 시대의 흐름에 몸을 맡겨온 서민들. 이런 서민들의 행동과 표정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대변하는 거울이다.

1970~80년대부터 시대의 현장을 직접 경험하며 서민들의 삶을 개성있게 표현해 온 작가 신학철과 안창홍의 작품들은 그런 점에서 한국 현대사의 단면을 기록한 '필름'이나 다름없다.

안산시 단원구에 자리한 경기도미술관(관장·최효준)이 2013년 현대미술의 동향전으로 오는 4일부터 6월 23일까지 개최하는 '사람아, 사람아 - 신학철·안창홍의 그림 서민사(庶民史)'전에서는 두 작가의 작품속에 녹아있는 격동의 현대사와 서민들의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전시되는 작품은 회화 32점과 콜라주 4점으로, 신학철 작가가 4년여에 걸쳐 작업한 20m가 넘는 대작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와 안창홍 작가의 대표작 '49인의 명상', '베드 카우치', '아리랑' 연작 등이 소개된다. 신학철 작가의 '한국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는 작품뿐 아니라 밑그림과 작품을 구성하는 아카이브 자료들도 만나볼 수 있다.

관람객들은 '한국 현대사-갑순이와 갑돌이' 작품과 밑그림 자료가 되었던 다양한 사진들을 감상하며 작품속 이미지와 실제 사진을 비교하는 이색적인 체험도 할 수 있다.

안창홍 작가의 '49명의 명상'은 빛바랜 사진처럼 표현한 49명의 눈감은 모습을 통해 그들의 보이지 않는 애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속에 인물과 함께 등장하는 '나비'가 독특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로 다른 표현방식을 사용하는 두 작가의 개성을 비교하는 즐거운 체험도 누릴 수 있다.

신학철 작가는 우리 현대사를 관통하는 일련의 사건들과 사회상을 치열한 그리기 방식으로 기록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현대사회의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진다.

반면 안창홍 작가는 역사의 시간 속에서 익명(匿名)인으로 표현되는 사람들의 미시적·내면적 세계를 그림으로 기록해 관람객들이 차분히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도미술관 최기영 학예연구사는 "관객들은 작품에 그려진 인물의 모습을 통해 근현대 한국을 경험한 보통 사람들에 주목하고, 역사의 주체이면서 정작 현실의 장 속에서는 부재로 남았던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무게를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현대미술이 어렵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실적 회화기법으로 발현한 리얼리즘 미술로 '그림의 힘'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관람요금 성인 4천원, 학생·군인·청소년 2천원(20인이상 단체 및 경기도민 50% 할인). (031)481-7000

/박상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