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정치인을 다시 수장으로 맞은 대한태권도협회가 전무이사 내정자를 한 달 만에 교체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제26대 집행부 구성을 완료했다면서 명단을 2일 발표했다.

정원 28명 중 25명으로 꾸린 새 집행부는 협회 산하 시·도지부 및 연맹 추천 13명, 정계 3명, 학계 3명, 재계 1명, 법조계 1명, 기타 4명으로 구성했다.

지난달 4일 발표한 집행부에서 일부 인사는 바뀌었고, 새로 추가된 인사도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전무이사에 김세혁 전 국가대표팀 감독을 내정한 것이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 지난 2월 협회 수장에 오른 김태환 회장은 지난달 김무천 협회 운영부장을 전무이사로 내정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전무이사를 교체했다. 협회가 밝힌 교체 배경은 일신상의 사유로 내정자 스스로 고사했다는 것이다.

김태환 회장은 공정한 인사를 하겠다면서 임원진을 공모했다. 하지만 이에 응하지도 않은 김 부장을 덜컥 전무이사로 승진시켰다.

게다가 일부 인사의 자격 시비까지 일었다. 심의·의결 기구인 총회에 대의원으로 참석하는 시·도 협회장이나 연맹 회장은 행정을 맡는 집행부의 임원을 겸직할 수 없는데 부회장과 이사진에 이들 몇 명을 포함한 것이다.

임원 일부를 선임하지 못한 데다 이미 뽑은 몇몇은 결격사유가 있어 이사회 구성을 하지 못하다 보니 전무이사는 뽑아놓고도 인준 절차를 밟을 수 없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은 주요 현안을 주로 외부 인사와 논의해 협회 행정은 더욱 혼란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과 혼란의 책임은 고스란히 김 전무 내정자에게 쏠렸다. 그는 결국 마음고생만 하다가 무거운 짐을 스스로 내려놓고 운영부장으로 '원대 복귀'했다.

김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것 중 하나가 '태권도계의 화합과 소통'이다. 현재 협회 사정을 과도기의 진통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새 회장을 선임한 뒤 두 달간이나 집행부 공백 상황을 겪으면서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키운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는 태권도인들이 적지 않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