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을 보면 돌을 던져라' '조선 여성은 강간해도 괜찮다'에다가 아예 '조선인을 죽이자'라는 게 지난달 24일 일본 극우단체의 오사카(大阪) 시위 구호였다지만 '조선인'은 북한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초센소렌'은 재일'조선(북한)총연맹'이지만 '초센닌진'은 조선 인삼, '초센모지'는 조선 문자, 즉 '한구루(한글)'이듯이 '조선'이란 한국을 지칭한다. 북한은 '키타초센(북조선)'이라 부른다. 그런데 스스로를 '민족파(民族派)'라 부르고 파시스트적인 민족주의에다가 일왕을 섬기는 수십 개 단체가 극우단체다. 그들은 국기(日章旗)도 빨간 원형도장 찍힌 모양의 이미 떠오른 일장기가 아닌 햇살 뻗쳐 떠오르는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를 휘두른다. 그게 바로 일본 군국주의―제국주의 상징이고 한국인을 조선인이라 부르는 것 또한 일제 식민지 시절의 '조선인'을 그대로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 극우파 시위를 비판 내지 반대하는 양식 있고 양심 있는 일본인들도 늘고 있다. 혐한(嫌韓)파에 대한 호한(好韓)파, 즉 한류를 지지 또는 반감을 갖지 않는 일본인들이다. 일본인들이 모두 반한(反韓)파라면 바로 지난 월요일 KBS 가요무대에 출연한 키무욘자(김연자)를 다음날 NHK 가요콘사토(콘서트)에서 노래 부르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역시 트로트 가수인 일본 진출 신출내기 잔윤존(장윤정)을 엔카(演歌)차트 1위에 오르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1년부터 6년 연속, 작년에도 NHK 연말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출연한 보아(BoA)도 그렇다.

독도 문제만 해도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는 엊그제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빨리 단념해야 한다. 그런 주장은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했고 일본 지식인과 시민단체 1천270명이 독도와 센카쿠(尖閣) 관련 반성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낸 건 작년 9월이었다. '고노 담화'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도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면 국가 신용을 잃는다"고 말했다. 민족주의 성향의 현 정부와 극우단체만이 '어리석음의 극치'일 뿐 한류 물결에 실려 한국까지 건너오는 열성 '아줌마부대'만 봐도 양심들은 시퍼렇게 살아있는 게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