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자 등록이 5일 마감되는 가운데 서울 노원병에서는 야권 후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에서는 여당 후보의 약진이 눈에 띈다.

이번 재보선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오르기 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노원병에서는 야권 후보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허준영 새누리당 후보를 앞섰다.

부산 영도에서는 새누리당 원내대표 출신의 김무성 후보가, 충남 부여·청양에서는 충남지사를 지낸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가 각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초반 판세가 이어져 20일 뒤 재보선 승패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공식을 깨고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첫 선거에 선방,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고 제1야당이면서도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못한 민주통합당의 입지는 위축될 전망이다.

또 안철수 후보의 경우 초반 판세를 유지, '여의도 입성'에 성공하면 향후 정치행보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 서울 노원병 = 무소속 안 후보와 '안철수 대항마'인 새누리당 허 후보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KBS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7%포인트) 결과 안 후보의 지지율은 44.5%, 허 후보는 24.5%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호남 출신, 30∼40대 화이트칼라, 무당파 등이 밀집, 강한 야성(野性)을 보여온 지역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역대 노원병 선거에서 보수 진영인 새누리당이 승리한 경우는 '이명박 바람'이 강타했던 지난 2008년 총선 때가 유일하다.

당시에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홍정욱 후보는 야권 후보가 분열한 상태에서 2천400표 차의 신승을 거둘 정도로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어려운 선거구'다.

당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바닥이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정권 초반 '박근혜 정부' 경계론을 비롯한 정국상황, 안철수 인물론 등을 감안할 때 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후보와 허 후보가 예상 외의 접전을 보이는 여론조사도 없지 않아 주목된다.

실제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일 실시한 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7%포인트)에서는 안 후보가(38.8%)가 허 후보(32.8%)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안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선거'라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재보선의 낮은 투표율, 신고를 안해도 부재자 투표가 가능하도록 한 '조기 투표' 등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안 후보가 '불확실성'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지 주목된다.

현재 김지선 후보는 5∼10% 수준의 지지율을,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는 5%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안 후보 측은 "언제든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 단일화 논의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무소속인 안 후보를 꺾기 위한 새누리당의 대대적인 조직력 투입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전날 노원병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하는 등 '노원병 총력전'에 시동을 건 상태다.

현재 노원병에서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40% 이상이지만 이 중 일부가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지층의 투표 독려 및 결집을 통해 극적인 반전을 보이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전략이다.

◇ 부산 영도 =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 민주당 김비오 후보, 통합진보당 민병렬후보 등이 등록을 마친 가운데 '박근혜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김무성 후보의 초반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KBS 여론조사에서 김무성 후보는 48.7%, 김비오 후보는 14.9%, 민병렬 후보는 14.1%의 지지율을 보였다.

부산 영도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텃밭인 데다, 김무성 후보가 4선 의원 출신이자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부산의 대표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강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야권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떨어지고, 지난해 총선 때 민 후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졌던 것과 달리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각각 후보를 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대선후보를 지낸 부산 출신 문재인 의원의 지원 여부에 기대를 걸면서문 의원에게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지원'이 부산 영도재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김영록 사무총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당에서는 문 의원에게 정중히선거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 의원이 발벗고 나선다 해도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적지 않다.

새누리당 핵심당직자는 "문 의원이 대선 과정에서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야권 입장에서 질 수 없는 선거를 놓친 '패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따라서 지원 여부는 변수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 충남 부여·청양 = 중원에서 펼쳐지는 재보선에서도 새누리당 후보의 초반 강세가 뚜렷하다.

KBS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는 64.5%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민주당 황인석 후보의 지지율은 9.5%에 그쳤다.

충남지사를 지낸 이 후보는 여권의 '차기 충청권 맹주'로 거론될 정도로 지역내인지도가 높은 반면, 황 후보는 한국농어촌공사 부여지사장을 지낸 사실상 '정치신인'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박근혜정부에 대한 충청권 여론이 수도권 만큼 나쁘지 않다는 게 새누리당의 판단이다.

한 관계자는 "정권 초반 인사 난맥상 등으로 수도권의 경우 흔들리는 현상이 있지만 영남·충청에서는 아직까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며 "충남에서는 선거지형·인물론 등이 우위에 선 상태"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