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혜영 세무사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기사 중 하나가 국세청 세무조사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선포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중점조사 대상은 국내외에서 탈세를 한 대재산가와 사채업자, 현금 거래 쇼핑몰 운영자 등이다. 특히 대재산가에는 100대 기업의 사주와 그 일가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세무조사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복지공약을 실행하려면 매년 27조원, 5년간 135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침체로 세수여건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수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은 '지난해 세수가 펑크난 데 이어 올해 경제상황도 만만치 않은데 과연 목표세수를 조달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은 듯하다.

국세청은 대대적 세무조사를 위해 조사인력을 지난해보다 10% 많은 4천500명으로 늘리고 숨긴재산무한추적팀 인력도 100명 더 확충했다. 또한 올 들어 제보 포상금이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뛰면서 납세자 제보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사실 국세청이 세무조사로 거둬들인 수입은 전체 세수의 3%에 불과한데 왜 이리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준비하는 것일까? 모 기사에 따르면 국세청이 '알카포네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갱단 두목 알카포네가 연방소득세법 위반으로 앨커트래즈 감옥에 수감되면서 시민들이 앞다퉈 체납된 세금을 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전년의 두 배가 넘는 체납세금을 거뒀다고 한다.

부자들의 탈세는 날이 갈수록 매우 치밀하면서도 교묘해지고 있다. 자녀에게 몇 백억원을 증여하면서도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수법으로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가 하면,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나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으며 부를 이전하고 있다.

이러한 탈세는 분명한 범법행위로 이를 놔둔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해질 것이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반드시 척결되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국세청이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세청이 겨냥한 칼은 분명 부자들의 탈세나 해외에 숨겨둔 재산과 같은 '지하경제'를 겨냥하고 있지만 그 파급효과가 서민들에게까지 부작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대기업 세무조사를 강화하면 대기업은 그 부담을 하청업체에 전가시킬 것이고, 부유층을 정밀 검증하면 이들을 상대로 하는 영세업자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부자들과의 쫓고 쫓기는 세금전쟁 속에 기대했던 '알카포네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목표세수를 달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 조사대상이 확대될 수 있고 그렇다면 영세 자영업자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탈세를 막기 위한 세무조사는 꼭 필요하지만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한 무리한 조사나 부당한 과세가 이뤄져서는 안 된다. 또한 서민들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무조사 확대와 함께 소득공제 확대 같은 제도 개선을 통해 지하경제가 양성화될 수 있도록 유도해 가야 할 것이다.

/천혜영 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