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6과3분의1이닝 동안 3안타에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했다. 삼진은 6개를 잡았다.
4-2로 리드한 상황에서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온 류현진은 불펜 투수들의 무실점 투구와 저스틴 셀러스의 쐐기 홈런 속에 다저스가 6-2로 승리하면서 메이저리그 첫승을 올렸다.
이로써 류현진은 선발 등판 2경기 만에 시즌 첫승을 신고하며 1승1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13으로 약간 높아졌다.
그러나 고무적인 것은 류현진이 선발 투수로서의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6과3분의1이닝 동안 3실점(1자책)만 내준 류현진은 이날도 2실점만 내주며 두 경기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 투구) 행진을 벌였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직 메이저리그의 야구공 적응이 덜 됐다는 점이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사용되는 야구공과 달리 메이저리그의 야구공은 실밥이 밋밋하다. 이렇게 되면 투수들이 공을 던질때 실밥 부분을 제대로 채주질 못해 공이 위로 뜰 가능성이 높다.
이를 입증하듯 류현진은 이날 초반부터 공이 높게 형성되면서 안타에 이어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첫 홈런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그러나 위기관리능력과 두둑한 배짱은 류현진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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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은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삼진 6개를 곁들여 3안타에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 호투하며 메이저리그 첫 승을 올렸다. 사진은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홈런을 내줬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 초년생인 류현진은 2회부터 안정감을 찾으며 이닝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 위력적인 피칭을 보여줬다. 타순이 한 바퀴 돌고, 두 바퀴가 돈 다음에도 피츠버그 타자들은 좀처럼 류현진의 공에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최고 시속 150km를 찍은 직구의 힘과 능수능란한 변화구에 밀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괴물'의 본능을 되살린 류현진은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원투펀치를 이루기에 손색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
아울러 다저스의 치열한 선발투수 경쟁에서도 성큼성큼 전진했다. 현재 다저스의 선발진을 보면 1선발 커쇼(2승)가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류현진과 잭 그레인키가 1승씩을 거두고 있다.
반면 시범경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조시 베켓은 류현진에 이어 3선발로 등판해 1패에 평균자책점 4.50에 그치고 있다.
류현진의 선발 경쟁자 중 한 명인 애런 허랭은 트레이드를 통해 콜로라도 로키스로 떠났다. 사실 허랭은 그레인키와 채드 빌링슬리의 몸 상태, 그리고 류현진의 성공 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라 보험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첫 경기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고, 그레인키도 다저스 첫 등판에서 최상의 몸 상태를 자랑하자 더는 붙잡을 의미가 없어졌다.
다저스는 결국 커쇼와 그레인키에게 1∼2선발을 맡기고 류현진, 베켓, 빌링슬리에게 3∼5선발 자리를 맡기는 식으로 5선발 로테이션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 선발 자원으로 크리스 카푸아노와 테드 릴리가 있지만 릴리의 경우 어깨 수술 이후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니다.
사실 류현진은 이번 8명의 선발 후보가 경합한 벌인 상황에서 시즌 초반 2선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시범경기에서 호투도 작용했지만, 그보다는 다른 경쟁자들이 개막을 앞두고 부상으로 하나 둘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이제 자신의 힘으로 다저스 선발 로테이션에서 높은 순위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