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과 신년 등 연말연시만 되면 사할린에 두고 온 자식과 손주들 생각에 베갯잇을 눈물로 적시는 일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연말을 나흘 앞둔 26일 오후 2시께 찾은 안산시 사동 사할린 영구귀국자들이 거주하는 고향마을은 이곳에 사는 동포들의 울적한 마음이 그대로 배어나와 고요함과 적막감(?)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복지관에서 만난 김순금할머니(65·전직 한국어교사)는 “어제 통화에서 4명의 자식들이 러시아 경제가 안좋아 하루 살기도 힘들다고 하는데 나만 살겠다고 한국으로 나온것 같아 자신이 너무 미웠다”고 울먹였다.
50년 넘게 사할린에서 살다가 고향마을에 정착한 동포들은 김할머니처럼 미망인이거나 부부만이 영구귀국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때문에 직계자손 등은 사할린에 그대로 있어 10개월째 이산가족 신세다.
김할머니와 같은 집에서 함께 사는 김분옥할머니(64·전직 상업)도 두고 온 가족들만 생각하면 눈물부터 앞선다.
안산시와 자원봉사자 등의 도움으로 부족한 것 없이 지내고 있다는 김할머니는 그러나 “고깃국을 먹을 때면 영하 20∼30도가 웃도는 날씨의 사할린 가족들이 눈에 밟혀 목이 멘다”고 안타까워 했다.
올 2월부터 영구귀국한 사할린동포는 489세대 952명. 한달에 1인당 40여만원의 수당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나 형편상 가족초청이나 자비여행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안산사할린동포 이재인회장(78)은 “일부는 수당을 아껴 만날 날을 기약하며 손주선물을 준비하고 있는데 생이별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느냐”며 직계자손들의 귀국 등 사할린 이산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한 당국의 대책을 바랐다.
/安山=金耀燮기자·kimyrim@kyeongin.com
"나만 살겠다고 한국 온것같아 자신이 너무 미웠다"
입력 2000-1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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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27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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