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개성공단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힌 8일 오후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입경한 근로자들이 짐을 옮겨 싣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8일 오후 '중대조치' 담화를 통해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한 근로자를 모두 철수시킬 것이라고 발표하자 공단에 입주해 있는 경기·인천 기업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북한이 지난달 27일 군 통신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지난달 30일에는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고 위협한 뒤 남측 인력의 출·입경을 통제하고 있던 터여서 이번 북측의 발표에 대해 우리 기업들은 모두 긴장하며 북측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연료펌프를 만드는 인천의 D업체는 "지난 5일께 이미 식자재가 떨어져 공단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주변 공장 사람들과 십시일반 식사를 나눠먹고 있다고 들었다.

당초 8일이면 상황이 풀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오히려 2단계로 넘어간 것 같아 당혹스럽다"며 "이번 주에는 꼭 상황이 해결돼 북측 공장에 있는 물건들이 한국으로 넘어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업종을 불문하고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양에 본사를 둔 B업체는 "단순 협박을 넘어 단계별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태도에 대해 공단에 있는 기업들 모두 불안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측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공단 가동 중단이 해결된 뒤 북에서 더 큰 것을 요구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번 사태로 손실이 큰 기업들이 부도나지 않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고 대화창구를 통해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해결, 세무 및 노무관련 문제 등 원칙을 만들어 개성공단의 입주기업들이 볼모로 잡히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인해 아예 개성공단 진출을 접었다는 업체도 있었다. 인천의 S전자 관계자는 "50억원 정도를 투자해 제품 생산 공장을 개성공단에 세울 계획이었는데, 이번 상황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

도저히 불안해서 공장을 세울 수가 없겠다"며 "그동안 개성공단에 있는 공장에 제품 일부 공정을 맡겨 위탁생산을 해왔는데 이번에 그마저도 포기했다. 개성공단 진출은 아예 접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임명수·박석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