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 요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폐업은 경남도의 재정여건과 진주의료원의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며 공공의료 파괴가 아니다. 마산의료원도 적자가 나지만 공공성을 고려해 신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같은 경남도립 병원인 진주의료원과 마산의료원의 운명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마산의료원도 한때 적자를 이유로 '휴업'했다.

당시 경남도는 폐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화 방안을 찾았다.

경남도는 6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마산의료원 건물을 지어 규모를 확장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한편으로 진주의료원에는 '폐업'이라는 극단의 처방을 내렸다.

특히 경남도는 마산의료원의 경영상태를 내세워 진주의료원 폐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공공의료 파괴라는 야권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등의 비판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 등은 진주의료원 부채와 적자의 주요 원인이 건물 신축에 따른 부채와 감가상각비 등이어서 신축하는 마산의료원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적자에도 공공성 갖춰"…600여억 들여 마산의료원 신축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동에 있는 마산의료원은 1972년에 개원했다.

경남도는 1996년 1월 31억원의 적자와 28억원의 부채가 쌓이고 의료진이 사직하자 잠정 휴업을 결정했다. 여기까지는 진주의료원과 처지가 같다.

그러나 당시 김혁규 도지사는 "잠정 휴업일 뿐 결코 폐쇄 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밝히고 활로를 모색했다.

그리고 경상대학교에 운영을 맡겨 1년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참여연대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회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 요구 기자회견'에서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등의 메시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남도는 마산의료원 시설이 낡아 지역거점 공공병원으로서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자 현 건물 뒤쪽에 600여억원을 들여 병원을 새로 짓기로 했다.

새 병원이 완공되면 병상수는 현재 235개에서 300개로 늘어난다.

경남도는 마산의료원도 2012년에 약 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주민들이 존속하기를 바라고 있어 신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마산의료원은 적자에도 공공성을 가졌다는 판단이 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역 주민들은 마산의료원에 가면 대학병원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경남도는 전했다.

마산의료원이 무릎관절 수술을 특화하면서 주변에 무릎관절 수술을 위한 다른 민간 병원이 생겨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성혜 경남도 보건복지국장은 "마산의료원은 지역 주민들이 만족할만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키울 수밖에 없는 훌륭한 공공병원이다"고 평가했다.

◇ "진주의료원 수익성 낮고 노조 때문에 폐업 불가피"

진주의료원은 수익성은 낮은데도 인건비 비중이 높고 무엇보다 강성 노조 탓에 구조조정 등 어떠한 경영개선도 어려워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경남도는 주장했다.

2012년 진주의료원의 순수 의료수익(장례식장·건강검진 수입을 뺀 환자 치료로 얻는 수입)은 136억원, 인건비성 의료비용은 135억원에 이른다.

이런 의료수익으로는 약, 주사기, 솜 등 재료와 환자의 위생을 위한 청소용역도 할 수 없다는 게 경남도의 판단이다.

이에 비해 마산의료원은 164억원의 수입에 108억원을 인건비로 지출, 건전한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은 진주의료원 82.8%, 마산의료원 60.7%였다.

이런 비용구조는 직제 규정상의 정원을 초과해 인건비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경남도는 밝혔다.

진주의료원의 직원은 244명, 마산의료원 210명이다.

그러나 진주의료원 노조와 직원들은 새 병원을 지으면서 279억원의 부채가 생겼고 이 과정에서 환자를 제대로 받지 못해 적자 폭이 커졌다고 반박했다.

수익이 낮고 인건비 비중이 높다는 지적에는 직원 급여 수준이 높아서가 아니라 병원이 외진 곳에 있어 환자가 적은 때문이며, 공공병원은 기본적으로 적자 운영할 수밖에 없어 인건비 비중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경남도가 폐업 결정을 내린 경남 진주시 초전동 진주의료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걱정이다. /연합뉴스

공공병원은 민간병원보다 고용이 안정돼 장기근속 직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인건비가 많다며 앞으로 마산의료원도 진주의료원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게 될 거라고 예상했다.

노조는 경남도가 적자를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가 적자가 불가피한 공공의료의 본질이 알려져 명분이 약해지자 '강성 노조' 운운하며 노조를 음해하는 루머를 퍼뜨린다고 비난했다.

◇ 노조 "마산의료원도 신축하면 적자 급증"

적자를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는 경남도의 논리를 적용하면 마산의료원도 몇년안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된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신축 건물에 적용하는 연간 30억~35억원의 감가상각비를 감안하면 마산의료원도 연간 40억~50억원의 적자가 나고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남도의 직제 규정상 정원보다 직원이 많다는 지적에 진주의료원 노조는 신축 이전으로 병상 수가 늘어난데다 지난해 호스피스완화센터가 개원하면서 증원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산의료원 역시 병원 건물을 신축하고 병상 수가 늘어나면 마찬가지로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석용 진주의료원지부장은 "경남도는 노조에서 친인척을 비정규직으로 뽑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하지만 이는 잘못 안 것"이라고 반발했다.

인력 충원은 인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인사위원 5명 가운데 노조에서는 지부장 한 명만 참석하기 때문에 친인척을 마음대로 채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박 지부장은 설명했다.

그는 "경남도에서 부정 채용을 주장한 만큼 이런 방법으로 채용된 직원의 이름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진주의료원이 공공성을 상실했다는 경남도의 주장에 노조는 "진주의료원은 장기환자들, 수익성 때문에 민간병원에서 받아 주지 않는 환자들, 갈 곳 없는 환자들을 외면하지 않고 받아 주고 있다"며 이것이 민간병원이 하지 못하는 공공병원의 주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항변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때 민간병원에서 외면하는 수천명의 환자를 치료했다고 덧붙였다.

이런데도 경남도 공무원이 진주의료원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공공의료 기관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무책임한 것으로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홍준표 지사가 진주에 2청사를 짓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고 자신의 정치 목적을 위해 진주의료원을 희생물로 삼아 폐업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경남도는 폐업 결정에 어떠한 정치 목적도 없으며 도의 재정여건과 진주의료원 운영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일축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9일 "마산의료원 휴업 당시에 김혁규 지사가 적자로 휴업하지만 공공의료를 포기하는 폐업은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였으며 그 덕분에 공공병원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며 "홍준표 지사도 이러한 마음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한편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굳힌 경남도는 '경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이날 도의회에 넘겼다.

진주의료원 존폐는 오는 18일 열리는 경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