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
예술가와 과학자들 위한
창조활동 지원시설 갖추고
생산·소비 균형발전 조건과

지자체 창의적 정책 뒷받침
주민·경제활동 단체
자발참여 시스템 마련돼야


창조도시(Creative City)는 21세기의 새로운 도시발전 모델로서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도시를 대체하는 개념으로 제시되었다. 도시에서의 문화나 산업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시민과 경제 주체들의 힘을 회복시키는 것이야말로 도시의 미래를 여는 길이라는 믿음에 기초한다. 이들의 활발한 창조적 활동과 아울러 창조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기반과 장소가 창조도시의 기초가 되는 셈이다.대표적인 예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도시가 꼽힌다. 현대 예술의 에너지가 도시 내에 충만하고 예술문화의 창조성을 산업으로 발전시킨 창조산업들이 도시경제의 엔진이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탈리아의 볼로냐 또한 혁신적인 창조산업과 함께 역사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시가지의 보존과 재생에 성공하여 창조도시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이 분야의 선구자로 알려진 랜드리(Charles Landry)와 플로리다(Richard Florida)는 '창조도시(Creative City, 2000)', '창조계급의 출현(The Rise of Creative Class, 2002)'이라는 책을 통해 창조도시의 개념과 그것의 실천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들은 특히 예술문화가 가지는 창조성을 강조하는데 그 이유는 탈(脫) 공업화하는 도시에서 멀티미디어, 영상, 영화 및 음악, 극장 등의 창조산업이 기존의 제조업을 대신해서 역동적인 성장이나 고용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도시문제를 해결하거나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도시발전을 가능하게 하고 아울러 한 도시의 정체성을 유지해 가는 데에도 문화예술의 힘은 크기 때문이다.

플로리다의 견해에 따르면 창조계급이 많이 거주하는 도시나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서 경제적 성과가 우수하다고 한다. 창조계급은 핵심그룹과 전문그룹으로 구분된다. 전자에는 컴퓨터·수학, 건축·엔지니어, 생명·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교육·훈련·도서관, 예술·디자인·엔터테인먼트·스포츠·미디어 등이 포함되고, 후자에는 비즈니스·재무, 법률, 보험·의료, 세일즈·매니지먼트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실제로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많은 예술가나 과학자가 자유로운 창조활동을 전개할 수 있고 이들의 활동이 장인 혹은 생산자들의 생산 활동과 유연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도시경제가 끊임없는 자기혁신 능력을 갖추게 되어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세계화의 거센 파도를 이겨낼 수 있다. 둘째는 창조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Infrastructure)을 잘 갖추어야 한다. 과학과 예술의 창조활동을 뒷받침하는 대학, 전문학교, 연구기관이나 극장, 도서관 등의 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장인기업 형태의 중소기업의 권리가 보장되고 신규 창업이 용이하며 창조관련 활동을 지원하는 협회 또는 조합 등 비영리단체가 많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셋째는 산업의 발전과 생활의 문화, 다시 말해 생산과 소비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도시여야 한다. 산업 발전이 시민 생활의 질적 수준을 높여 주고 풍부한 사회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경, 복지, 의료, 예술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산업 발달에 자극을 주는 활력이 생겨나도록 해야 한다. 넷째는 시민과 경제활동 주체들의 창의력과 감성을 높이는 아름답고 품격 높은 도시환경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는 해당 지자체의 창의적인 정책과 행정이 가능하도록 공무원들의 자질과 능력이 제고되어야 하고 여기에 시민과 경제활동 주체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도시에 창조활동을 지원하는 기반이 잘 조성되어 창조계급이 몰려오게 하고, 이들의 왕성한 활동이 전개되는 가운데 창조활동과 전후방으로 중소기업들이 연결되는 도시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세련된 감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상품을 생산해 내는 장인기업(匠人企業) 형태의 중소기업군(群)의 네트워크와 공간적 집적화도 창조도시의 필수조건이다.

/서충원 강남대 교수·산학협력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