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난 98년 6월 '삼성자동차 사태'로 아주 시끄러웠다. 삼성차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 '빅딜설'이 나돌면서부터 지역 기관장 모임은 물론 50여개 시민단체들이 '부산경제가꾸기시민연대'를 결성,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삼성차 살리기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부산시장과 시의회의장이 제일 먼저 관용차를 삼성차로 바꿨고, 부산시청 로비에 삼성차를 전시해 홍보·판매담당 공무원까지 배치하는 열의를 보였다. 각계 인사와 시민들의 호응이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결국 삼성차는 해외매각을 통해 2년여만에 다시 공장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리고 이제 삼성차는 다시 부산지역 경제에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산과 비교하면 인천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실례로 '대우자동차 사태'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11월 인천경제의 제조업 비중 30% 가량을 차지하는 대우차가 끝내 부도처리됐다. 이로 인해 대우차를 비롯 수많은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이 심각한 위기를 맞은 가운데 지역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아직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불거질 때까지 지역의 여론 주도층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인천 경제가 붕괴위기에 몰렸는데도 지역 차원의 대정부 활동 등을 통한 '결집된 힘'을 제대로 내보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대우차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부평구의 구청장은 부도사태 와중에 외유를 떠나 비난여론이 들끓었을 정도다. 뒤늦게 일부에서 '대우차 살리기 범시민협의회 구성', '대우차 사주기 운동' 등에 나섰지만 이마저 확산하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여론 주도층의 '침묵'은 그 뿐만 아니다. 지난 98년 경기은행이 퇴출위기에 몰리고 마침내 퇴출을 당할 때도 역시 그랬다. 은행직원과 시민들의 거센 반발과 경기은행 살리기 운동에도 불구하고 지역인사들은 그저 사태가 끝나길 기다리거나 '뒷북치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인하대 법학과 김민배교수는 이처럼 지역 오피니언 리더층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데 대해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지역 현안이 불거져 나와도 정작 대부분의 지역 인사들은 자기 입지를 생각해 입바른 소리를 내기는 커녕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기 일쑤”라며 “그러나 이제 21세기 지방 분권시대를 맞아 지역 오피니언 리더층은 물론 각 시민·사회단체들이 새로운 연대를 통해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각 기관·단체장 모임이 독자성을 잃은 채 친목유지나 하려면 차라리 없어지는 게 낫다”며 “이젠 조직의 대표들부터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갖고 지역발전을 위해 힘을 한 곳으로 모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또 인화회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도 기관장과 지역유지들의 모임은 있으나 인천처럼 큰 모임은 별로 없다”며 “따라서 인천의 오피니언 리더 집단답게 과거 행태에서 탈피, 그 위상과 구성원에 대한 재정립을 통해 거듭나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宋炳援기자·s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