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내기도시, 공해도시, 베드타운, 짠물…'.
 타지역 사람들이 인천이나 인천인을 대하면서 곧잘 떠올리는 표현이다. 아울러 인천사람들에겐 정주(定住)의식이 없다고들 말한다.
 이에대해 많은 시민들은 “개항이후부터 여기저기서 외지인들이 밀려들었고 해방이후엔 경제개발 논리에 밀려 개성과 역사·문화적 발전이 철저히 배제된 곳이 인천”이라며 “열악한 생활환경, 지역 출신의 리더층 부재, 질낮은 교육환경 등 각 분야의 총체적 정체의식 결여가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한다.
 동구 송림동에서 전기자재상을 운영하는 김모씨(51)는 6·25전쟁때 황해도서 태어난 피란민 2세.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인천에서 학교를 마친 그는 그러나 “인천은 정이 가지 않는 도시”라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태어나자마자 인천으로 옮겨왔는데 인천에선 출생지나 출신학교에 따라 관계를 맺는 경향이 짙다”며 “특히 피란민의 설움을 겪은 아버지에게 고향이 황해도라는 교육을 받은데다 주거환경 등 삶의 질도 좋지 않아 애착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천에 토박이보다는 타 지역 출신들이 많다 보니 지역색도 제각각이다. 선거때만 되면 각 지역의 향우회가 기세를 올리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인천 토박이라는 개념을 출생지로 한정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인천출생의 비율은 39.1%. 그 다음이 충청도(대전 포함)로 13.30%, 전라도(광주 포함)가 12.32%, 서울 10.57%, 경기 9.23% 순이다.
 아울러 부모가 이북 5도를 비롯 충청도나 전라도에서 출생, 인천으로 이주해 살고 있는 이들이 많아 결과적으로 인천엔 원주민층이 매우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시민들은 소위 '신분상승'이나 경제적 부를 얻으면 인천을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곳 쯤으로 여기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이 운영하는 프로야구 구단조차 인천과 연고를 맺는 것을 꺼린다. “인천서 경기를 하다 보면 지역연고팀을 응원하기보단 자신들의 출생지역 팀을 응원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는 것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정주의식의 결여는 엘리트층에서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인천의 인적자원이 중앙으로부터 형식적이며 인위적으로 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선 인천에 거주하는 대학교수는 전체의 30.4%로 가장 낮고 기업체 경영진 52.9%, 법조계 인사 56.0% 순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사회적 지위를 갖추고 나면 중앙으로 진출하려는 인천 출신의 엘리트들도 정주의식이 없긴 마찬가지다. 또 지역의 특정 고교나 대학 출신으로 세분화된 오피니언 리더층의 '집단주의'도 정주의식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위원은 “뜨내기 문화라는 것은 인천 사람들이 인천을 아끼는 마음에서 가슴 아프게 내뱉는 냉소적 표현”이라며 “그동안 인천이 외지인들을 쉽게 받아들인 점을 장점으로 삼아 새로운 도시의 유형에 맞는 정주의식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徐晋豪기자·prov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