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기간 종편, 이른바 종합편성채널들이 대목을 맞았었다. 선거 6개월 전부터 종편들이 대선바람을 잡기 시작하더니 선거 100일 앞두고 4개의 종편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아리아리한 '정치평론가'들을 총망라해 앞다퉈 방송에 출연시켰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을 수 있고 출연자의 발언이 강할수록 시청률이 높다는 것을 종편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특정후보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일부 종편은 공정성을 포기한 듯 지나치게 편파적으로 치우쳤다. 급기야 어떤 종편은 선거 당일 그동안 출연한 출연자들을 모두 불러 놓고 누가 대통령이 될지 묻는 등 위험천만한 프로를 만들기도 했다. 선거가 종료되려면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말이다. 분명 선거법 위반 같은 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난 후 종편은 물론이고 그 어떤 출연자도 자신의 빗나간 예측에 사과하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종편들도 마찬가지다. 종편들의 이런 태도가 비난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종편이 요즘 또 대목을 맞았다. 북한위기 때문이다. 4개의 종편이 하루종일 경쟁하듯 쏟아내는 방송의 양이 지난 대선 못지않다. 하지만 문제는 정확성이다. 태양절인 15일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예측했지만 북한은 잠잠했다. 호들갑 떨던 종편들은 머쓱해 하기는커녕 '조용히 지나간 북한의 속셈은?'이라고 제목을 바꾸고 방송을 시작했다. 대단한 순발력이다.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하루종일 호들갑을 떨어놓고도 막상 별일 없이 넘어가자 '내일은 쏠지도 모른다'라는 멘트를 남기고 어물쩍 넘어간다.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의도적으로 긴장모드를 조성하는 종편도 있다.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전문가들을 출연시키는 것은 그나마 애교에 가깝다. 어느 종편은 '비상사태시 행동요령'을 방송하는가 하면, 붉은 글씨의 '뉴스 특보'라는 자막 아래 하루종일 '미사일발사 임박' '남북 긴장고조' '오늘 미사일 쏘나'라는 제목을 붙여놓고 긴장감을 조성시킨다. 그러다가 문득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국민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선 안 된다"며 점잖게 훈계까지 한다. 적반하장이다. 이 모든 보도는 "국민의 알권리 때문"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출연자들에게 일일이 "전쟁이 날 것 같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건 예사다. 심지어 출연자들에게 '오늘 미사일을 쏜다고 생각하면 오, 아니면 엑스'라고 답하라는 프로도 있다. 이 정도면 경악할 수준 아닌가. 이게 최근 종편들의 보도 태도다.
방송매체가 이렇게 불안감을 조성하니 전쟁 관련 괴담들이 난무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종편들이 북한방송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3월에 '3차대전 임박' '연천서 국지전 발발' '경기도민 대피소로 피난중' 등 근거없는 전쟁괴담이 퍼졌다. 4월 들어서는 '전쟁이 나면 SUV 차량을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일으키려 한다'는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들이 난무했다. 시중에 떠도는 괴담을 주제로 토론하는 종편도 있는데 그 중 상당수는 처음 듣는 얘기들이다. 종편이 시청률을 의식해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보도하는 행위는 이제 자제해야 한다. 국익이 우선되는 보도태도가 아쉽다. 4개 종편이 전문가를 불러놓고 토론하는 공통적 주제가 있다. '위기의 한반도 해법은?'이 그것이다. 나는 그 해법을 안다. 종편들이 국익을 위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한반도를 위기에서 건져 낼 해답이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