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이라면 '보스턴 가방'부터, 그리고 1950년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1~3등을 휩쓴 117년 역사의 보스턴마라톤부터 연상할지 모르지만 한마디로 '미국의 자존심'이 보스턴이다. 동북부 매사추세츠주 주도(州都)인 보스턴은 첫째 미국 교육의 메카다. 바로 그 교외인 케임브리지에 1636년 개교한 미국 최초의 대학이자 세계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가 있고 약칭 MIT로 불리는 명문 매사추세츠 공대도 있다. 보스턴대학은 1839년, 미국 최초의 보스턴 퍼블릭 라틴어학교는 하버드보다도 한 해 먼저 세워졌다. 둘째는 '미국의 아테네'로 불리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사상가에다가 시인인 에머슨, '주홍 글씨'의 소설가 나다니엘 호돈, 꺽다리라는 이름의 시인 롱펠로를 비롯해 시인이자 노예해방운동가인 존 휘티어(Whittier), 시인이며 문명비평가인 데이비드 도로(Thoreau)의 고장이다. 보스턴미술관과 박물관, 보스턴교향악단은 또 어떤가.

셋째는 이른바 '보스턴 티 파티(Boston Tea Party)'―'보스턴 차 사건'이 웅변하듯이 미국 독립운동의 성지(聖地)가 보스턴이다. 1773년 12월 영국의 불합리한 차조례(茶條例)에 대한 미국 식민지 주민의 저항이 2년 뒤엔 무력충돌로 번져 독립전쟁의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 보스턴이 9·11 후 12년만의 폭탄 테러를 당했다. 그것도 1775년 첫 전투가 시작된 기념일인 '애국자의 날(Patriots' day)'이었다. 9·11 테러로 미국의 콧대인 뉴욕이 꺾였다면 이번엔 미국의 자존심을 강타당한 것이다. 이 사건에 전 세계가 떠들썩한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이 멀다 하고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시리아가 아니라 테러 방지 검색 등 보안 시스템이 철통같은 미국이 또 당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떤가. 마라톤 등 가장 평화스런 스포츠 행사를 덮치는 테러의 야만성도 그렇지만 더 이상 평화로울 수 없는 어촌 연평도에 포탄을 퍼부어 불바다를 만든 테러 집단엔 어떤 비난과 저주 정도가 적절할 것인가. 이젠 그런 정도도 넘어 전면전쟁 초토화 테러도 불사하겠다는 위협 공갈을 멈출 줄 모르지 않는가. 테러집단에 '갓 댐' 정도 저주는 부족한 것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