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농산물 직거래 '꾸러미 사업'
미리 가격 정해주기 때문에
소비자·농민 가격변동 신경안써
유통비 줄어 농가소득 증대되고
안전하고 신선한 제철 농산물
제값에 구입 소비자 편익 향상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이나 구매하는 도시 소비자가 모두 바라는 것이 있다. 적정한 가격에 농산물을 사고파는 것이다. 거래가격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두 만족하기는 쉽지 않다. 가격에 대한 불만이 유통 문제와 겹쳐서 농산물 시장의 정상적인 수요 공급 기능을 저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불평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역대 정부에서 농산물 유통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으나 아직까지 미흡한 수준이다. 과거 정부는 주로 도매시장이나 공판장 건설 등 시설개선에 치중하였고 시장거래제도나 운영, 유통정보, 직거래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성과는 낮았다.

기상여건, 인력부족 등 농산물 생산의 구조적 어려움도 있다. 최근 정부는 유통개선 방안의 하나로 직거래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직거래의 여러 유형 가운데 사이버 직거래를 확충하고, 지역 농산물 판매 개념의 '꾸러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꾸러미 사업은 소비자들이 정기적으로 콩나물, 두부, 취나물, 달래, 유정란 등 시골에서 직접 기른 제철 농산물과 음식 꾸러미를 배달받는 직거래 유통방식이다. 농가는 연초에 소비자(회원)로부터 선납금을 받고, 지역에서 생산된 제철 농산물 10~12가지를 한 꾸러미 형태로 1주 또는 2주 단위로 정기적으로 배송한다. 꾸러미 사업은 미리 가격을 정해주기 때문에 소비자와 농민 모두 가격 급등락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고, 유통비용이 줄어들어 농가소득이 증대되고, 안전하고 신선한 제철 농산물을 제 값에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편익도 향상된다. 특히, 기존의 대량 소품종 생산농가 중심에서 소량 다품종을 생산하는 영소농 및 여성농, 가족농, 귀농인들의 판로가 확대된다. 친환경 먹거리 생산으로 환경보호에 기여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최근 생활 패턴으로 인해 농식품 소비패턴이 달라지고 있다. 식품의 양보다 질이나 안전을 중시하는 패턴으로 변해간다. 1~2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점도 식품소비 패턴 변화에 한몫하고 있다. 달라진 식품소비 추세는 해외 선진국의 '로컬푸드(Local Food)', '슬로푸드 (Slow Food)', '공동체지원농업(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농산물의 지역내 직접 구매운동을 말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이라는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은 지역 경제발전과도 연계된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지산지소 운동을 통해 지역 기반의 식생활 문화를 제공하고 올바른 식습관 확립, 농업에 대한 인식 확대, 궁극적으로는 식량자급률 제고와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지산지소 모델타운 정비' 등의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농산물 판매를 기본으로 학교급식, 도농교류 등으로 확대하여 농촌경제 발전을 꾀한다.

미국도 생산자 공동체 지원사업을 통하여 생산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급받을 회원을 모집하고, 그 회원들이 공동체가 된다. 생산자들은 공동체 회원들을 바탕으로 농사를 짓게 되므로 농산물의 판로와 가격 걱정에서 벗어나 안전한 농산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다. 소비자인 회원들의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구입하고 지역 농업도 보호할 수 있다. 공동체 지원사업을 통해 과잉생산, 저장비용, 판매부진 등을 피할 수 있고, 다양한 작물을 선택하여 영농을 할 수 있다. 회비를 미리 받음으로써 영농과 영농개선에 필요한 자본도 확보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과 접촉이 증가함으로써 농민들의 인간관계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 생산물을 먹는 소비자들에 대한 애정과 보람, 책임을 크게 느끼고 농민 상호간의 의사소통 및 협동도 촉진한다.

도시와 농촌 지역을 광범위하게 포함하고 있는 경기도는 로컬푸드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최적지이다. 경기도가 도농간 직거래모델인 꾸러미 사업을 선도해 나가 신유통 시대를 열자. 농촌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도시 지역 소비자들의 만족도 증대, 농업에 대한 인식 개선, 학교급식 안전성 제고, 특산품 홍보 및 여행상품화 등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