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부근에서 폭탄이 터져 3명이 숨지고 18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불리는 9·11 사태 이후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대규모 폭탄 테러로 미국 전역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유사한 테러의 재발을 막기 위해 국내·외 조직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등 테러 방지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 부시-오바마 행정부는 테러 단체를 추적하는 기관을 신설, 이를 적극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수사 당국은 테러 기도를 여러 건 사전에 적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보란듯이 보스턴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사건조사에 나선 미국 정부는 폭발물은 압력솥으로 제조됐다고 밝히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폭발물이 6ℓ 압력솥 안에 있었고 이는 금속 조각과 못, 볼베어링 등이 함께 담긴 검은 더플백에 담겨 마라톤 결승선 지상에 놓였다"고 밝혔다. 이런 압력솥 폭발물은 아프가니스탄과 인도, 네팔, 파키스탄 등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 테러 기도에서 사용된 3가지 폭발물 중 하나가 압력솥 폭발물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이런 폭발물이 용의주도하게 놓이면 공격 징후를 잘 알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가 지난 1993년 다윗파 사건의 복수극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다윗파 사건은 1993년 텍사스 와코에서 발생한 참극으로, 다윗파라는 종교 조직이 인질을 잡고 경찰과 51일 간 대치하다 진압 과정에서 어린이 21명 등 모두 80명이 숨졌다.

여기에 2년 뒤인 1995년 4월19일엔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건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어 알카에다 조직원들에 의해 납치된 2대의 여객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향해 차례로 돌진, 거대한 빌딩이 무너졌다.

순간 미국인뿐 아니라 지구촌 모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 왔다.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영국 등과 함께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구촌의 테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금도 세계 도처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알카에다 등 무슬림 무장 테러조직들간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지구촌의 삶을 그렇게 갈라놓은 테러의 총지휘자 오사마 빈 라덴도 죽었다. 빈 라덴의 죽음과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정의가 실현됐다"고 했다. 발표 이후 미국 전역에는 환호의 물결이 일었다.

백악관과 9·11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성조기를 흔들며 '테러와 악의 원천'인 빈 라덴의 죽음을 반겼다. 그래도 테러 세상은 변하지 않고 있다. 계속 되고 있을 뿐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인간에게 생명은 단 한번만 주어진다.

두번의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왜 인간들은 자신들을 죽이고, 평화를 깨는 행동을 금지 못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미국은 9·11테러 등에서 테러 조직에 대한 분명한 선언과 경고를 하는 데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빈 라덴의 사망 이후 막대한 자금력이 사라지면서 알카에다는 일시적으로 세력이 약화된 것은 인정한다. 무슬림의 옛 땅인 고대 바빌로니아 지역의 성문법인 함무라비 법전에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과 같은 '탈리오 법칙'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가해자 측의 재복수는 허용하지 않고 있다. 평화를 갈망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중히 여기는 현대인은 반드시 귀 담아 들어야 할 문구로 보인다. 9·11테러, 보스턴 마라톤 사태 등 일련의 사건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영구적인 평화와 함께 그날을 기대해 본다.

/박석희 편집국 국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