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8일 발표한 주가조작 근절 대책의 핵심은 조사인력에 특별사법경찰권(이하 특사경)을 부여하고 주가조작 범법자의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것이다.

특사경 지명으로 조사와 수사 단계에서의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처벌 시 부당이득을 모두 환수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줘 주가조작 사범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민간인 신분인 금융감독원 직원을 특사경으로 지명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또 과징금 부과 대상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제외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 금융위에 주가조작 '수사권' 부여 = 정부는 주가조작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고자 특사경과 증권범죄 신속처리절차(Fast Track)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금융위원회에 조사부서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에 최대 2∼3년까지 걸리던 주가조작 사건 처리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사건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금융위 주가조작 조사인력과 금융위에 파견되는 금감원 직원에게 특사경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별사법경찰권은 검사, 경찰만으로는 범죄 수사를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수사권을 줘 사건 수사부터 검찰 송치까지 맡게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금융위나 금감원 조사 직원이 검찰 지휘를 받아 강제 수사권을 갖고 혐의 포착 초기에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주식시장에서 주가조작 등 불공정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거래소 심리와 금감원 조사, 증권선물위원회 수사 의뢰, 검찰 수사 및 기소 결정, 재판의 여러 단계를 거쳤다.

하지만, 앞으로 금융위와 금감원 파견 직원에게 수사권이 부여되면 검찰과 금융위, 금감원이 의심 거래를 포착해 곧바로 수사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주가조작 가담자들이 처벌을 받기까지 최대 2∼3년까지 걸리던 주가조작 사건 기간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주가 조작 혐의 포착 초기에 발 빠르게 대응해 주가조작 사범이 심리, 조사 기간 등에 도주하거나 사건 당시 증거를 찾기 어려워지는 문제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조작 전문 조사인력인 금감원 조사국 직원 모두에게 특사경 권한이 부여되진 않았다.

그 대신 금감원 조사인력을 확충하고 신종테마주, 인터넷 사이버거래, 경영진 연루 불공정거래 사건을 기획, 집중조사하는 특별감시기획팀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주요 사건에 대해 단기간 내 집중적이고 신속한 수사를 하도록 증권범죄 합동수사반을 검찰에 설치키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긴급 사건'으로 판단되면 조사부서에서 분석 후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검찰에 바로 통보해 수사에 착수하는 신속처리절차 제도도 도입했다.

주가 조작 사건을 '중대', '중요', '일반' 사건으로 구분해 중대 사건은 긴급사건과 마찬가지로 '패스트 트랙'으로 처리한다. 중요 사건은 금융위가 금감원과 공조해 조사하고 일반 사건은 기존대로 금감원이 조사하는 방식이다.

또 범죄 사실인지 능력을 끌어올리고자 정부는 불공정 거래 제보 포상금을 대폭 높이고 거래소에 감시 인프라를 구축 운영하기로 했다. 현재 금감원 1억원, 거래소 3억원인 제보 포상금 한도를 모두 2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거래소에 인터넷 등을 이용한 불공정거래가 자동 검색되도록 하고 인터넷상의 불건전게시물이 조기 차단되도록 하는 등 사이버 시장 감시 인프라를 운영할 방침이다.



◇ 주가조작 시 부당이득 2배 이상 환수 = 수사 속도 향상과 함께 정부가 이번 대책 중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것이다.

빠른 수사·처벌과 함께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까지 모조리 환수해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법원에서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될 때는 벌금형도 함께 부과하도록 했다. 또 몰수·추징도 의무화해 부당 이득의 최소 2배 이상을 환수하도록 규정하기로 했다.

또 주가조작 사범의 부당이득 환수 방안으로 제시된 과징금 제도를 신종 시장질서교란행위에 대해 도입하기로 했다. 신종시장질서 교란행위는 위법성이 기존 불공정거래 수준에는 이르지 않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향후 부과 대상 유형 등을 마련키로 했다.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런 부당이득 환수 조치로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대해 범죄 유인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주가조작 사범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불공정 거래로 인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엄청나다.

금감원이 2011년 6월부터 작년 5월까지 테마주로 분류된 대표 종목 35곳의 거래를 조사한 결과, 거래 참여계좌 195개에서 1조5천49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피해를 본 이는 대부분 개인 투자자였다.

작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테마주 열풍이 불면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행위가 만연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실 중 상당액이 불법 행위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부당이득 환수와 과징금 제도 도입으로 주가조작 범죄로 얻은 이득 이상을 환수하면 이 같은 유혹도 약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당이득 환수로 정부는 재원 마련이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정책 등 새 정부의 각종정책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조작 등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 피해 투자자 소송도 지원 = 정부는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때문에 피해를 본 투자자의 민사소송도 지원하기로 했다.

대다수 소액 투자자가 소송 비용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고려해 불공정거래 피해 투자자의 소송을 지원하는 '투자자 소송 지원 센터'를 거래소에 구축해 손해 배상 소송을 돕기로 했다.

이들 피해자에게 매매체결정보 등 자료를 제공하고 법률 상담, 손해액 감정 등을 지원한다.

또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대상과 요건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된 수시공시, 주요사항보고서와 공개매수 시 허위기재·기재누락 등을 집단소송 대상에 추가하는 방향으로 '증권관련 집단소송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주가 조작이 민관 여러 곳에 걸친 문제임을 고려해 기관 간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에 국세과세정보요구권을 신설해 금융위가 국세청에 불공정거래자의 국세과세자료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불공정거래는 조세 탈루 등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조사 자료를 국세청에 제공키로 했다.

이를 통해 정부는 체납 과징금의 징수율을 높이는 한편 조세 탈루도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