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도 도입 포기 상태
"권장일 뿐 강요는 못해"
정부는 어린이집 간 급식 편차를 줄여 보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지난 2011년부터 '급식재료 공동구매'를 권장하고 있다.
각 어린이집이 해당 지자체에서 공모와 평가 절차를 통해 선정한 납품업체의 체계적인 유통망을 이용, 급식재료의 구입·배달·회계관리 등을 간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시는 전체 어린이집 6천420여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3천660곳(57%)에서 급식재료 공동구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관악구는 전체 어린이집 292곳 중 238곳이 동참해 참여율이 81%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2월 기준으로 244곳의 지방자치단체 중 절반가량인 116곳이 급식재료 공동구매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인천지역은 남구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가 이 제도를 여태껏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그 속사정은 무엇일까? 인천시는 지난해 9월 어린이집 원장들이 국가보조금인 급식비를 횡령한 사건이 불거진 직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급식재료 공동구매를 추진했다.
하지만 민간 어린이집의 반대가 심하다는 이유로 제도 도입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관내 어린이집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결과, 대부분이 반대했다"며 "급식재료를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게 불편하다고 이유를 꼽았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의 보육시설 담당자는 "자체 수요조사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의 80% 이상이 찬성한 반면, 민간 어린이집들은 찬성률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작은 규모의 어린이집들은 영양사를 따로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식단을 짜고 있다. 공동구매는 인근 상점에서 급식재료를 그때그때 구입하지 못해 불편할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동구매를 하면 급식재료의 구매단가가 더 비싸질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인천어린이집연합회는 경인일보가 서면으로 요청한 '급식재료 공동구매제 시행' 관련 질문에 대해 "급식재료 공동구매를 할 경우 포장 등 원가 상승요인으로 오히려 급식비가 비싸질 수 있다"며 "전통시장이나 중소 식자재 업체 등의 이용도 막아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답변서를 보내왔다.
이 같은 답변 내용은 대부분의 민간 어린이집 원장의 답변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중구의 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원장 중 일부는 회계관리가 (투명하게) 전산화되는 것을 꺼려 급식재료 공동구매에 반대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고 귀띔했다.
이 같은 어린이집들의 반대에 인천시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급식재료 공동구매가 어린이집 운영의 투명성 제고 대책의 핵심이지만 반대도 심하고, 권장사항이다 보니 강제력을 발휘할 수 없다"며 "각 어린이집 원장들을 대상으로 회계교육을 강화하고, 운영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