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가 올해로 6년째를 맞는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주창하며 출범한 지방자치제도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인천의 경우 정체성 부족 등 가뜩이나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터에 전반적으로 자치행정 수준마저 낮아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들은 “무엇보다 먼저 공무원들의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정 마인드'가 떨어진다는게 상당수 시민들의 얘기.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5월 24일 월드컵조직위원회 집행위원회가 인천에서 한국팀 경기를 포함해 3개 경기를 치르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당시 인천시 공무원들 사이에선 “전국 평균치는 했다”며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반면 4개 경기를 유치한 수원은 비통한 분위기였다. 치열한 홍보전에도 불구 8강전 경기를 광주와 울산에 빼앗겼다는 소식에 수원시 공무원들은 몹시 흥분하면서 허탈감에 빠졌다고 한다. 지역사회에 얼마나 애착심을 갖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같은 문제는 각종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반부패국민연대 인천본부가 얼마전 인천시민과 공무원 5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처리와 관련해 금품과 향응을 주거나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무려 20.7%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공개 기피'도 심각한 상태다. 시민 김모씨(43)는 “지난해 5천만원 이하 수의계약업체에 대한 정보를 구청에 요구했다가 공무원에게 핀잔만 듣고 어이가 없었다”며 “아직도 지방자치는 멀었다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일부 구청들이 시민단체서 요구한 판공비 공개에 불응, '담합'을 통해 법정소송을 벌이다 패소,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판공비를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처럼 '질 낮은' 행정은 자치단체와 의회를 이끄는 '리더'들이 제구실을 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툭하면 이들이 각종 비리에 연루됨으로써 행정적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물론 주민 불신을 키워 지방자치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는게 시민들의 지적이다.
지방재정이 마구잡이로 집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상당수 기초자치단체들은 매년 주민 화합을 내세워 '구민의 날' 등 각종 행사를 열면서 '단체장 표다지기'를 위한 선심성 행사로 전락시키고 있다. 행사 한달 전부터 산하 동사무소는 인원동원 등 준비작업에 매달리면서 행정공백을 초래하는가 하면, 자매결연을 가진 외국의 인사들까지 초청해 '세 과시'를 하면서 예산을 축내고 있는 실정.
현재 행자부를 중심으로 주민소환이나 주민 투표제 등 자치행정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하려는 움직임도 자치단체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인하대 정일섭 교수(사회과학부)는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과 비슷한 수준에서 주민 참정제도 확대, 자치입법권 강화, 지방 경찰제 도입, 지방정부의 국정참여제도 등의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車埈昊기자·Junho@kyeongin.com
"먼저 공무원들의 의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01-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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