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명절은 그 어느해보다 유난히 춥고 쓸쓸할 전망이다.
 경인지역 근로자 2만명 이상이 임금을 받지 못해 생계마저 위태롭고 관내 기업들은 상여금 등 운영자금을 마련치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들도 매출부진에 허덕이는 가운데 농촌도 이상 폭설과 한파 피해에 신음하면서 명절이 부담스런 눈치다.
 15일 경인지방노동청에 따르면 경기·인천지역의 체불근로자수는 모두 2만2천236명으로 체불임금 규모가 1천349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499명, 70억원보다 근로자는 15배, 임금은 20배나 늘어난 것이다. 업체수도 81개로 지난해 70개보다 16% 증가했다.
 노동청은 대우차 부도로 근로자 1만9천여명이 1천100여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등 대우차 부도와 전반적인 경기침체로 체불규모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재래시장은 물론 백화점들도 설을 1주일 앞둔 15일까지 좀체 매기가 살아나지 않아 애태우고 있다.
 수원시 영동시장 관계자는 “설이 코앞인데도 전혀 매상이 늘지 않고 있다”며 “명절특수를 아예 기대하지도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명절 특수로 쏠쏠한 재미를 봤던 백화점과 대형유통센터들도 사정이 나빠졌다.
 수원 G백화점의 경우 설 매출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수준인 1일 평균 6억원선으로 묶었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천시 H백화점은 설 명절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나 떨어질 것으로 보고 매출규모를 끌어올리기 위해 판촉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자금시장이 안정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설을 앞둔 경인지역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여전하다.
 특히 설과 26일로 예정된 부가가치세 납부를 앞두고 자금난이 심화되는 업체가 크게 늘고 있다. 대우차 사태 여파로 지난주까지 20여개 1차협력업체가 부도를 내 300~400개에 달하는 2·3차 협력업체가 연쇄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인천시 남동국가산업단지내 552개 업체 가운데 98개 업체는 설 상여금을 못줄 처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거리가 줄자 전체의 절반이 넘는 294개 업체는 5일이상 휴무하고 이중 106개 업체는 6일이상 공장문을 닫을 계획이다.
 폭설과 한파로 농축산물 피해가 컸던 농촌은 설상가상으로 농산물가격마저 지난해의 70~80% 수준에 머물자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15일 아침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의 농산물가격(소비자가격 기준)은 배 1상자(15㎏기준)가 3만원으로 지난해 이맘때의 4만~4만5천원의 3분의2 수준에 그쳤다.
/洪正杓·裵鍾錫기자·jp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