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무소가 변하고 있다. '최일선 행정기관'이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주민들의 복지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주민자치공간'으로 탈바꿈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주민들도 공무원들도 무엇이 달라졌는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선진제도라는 주민자치센터가 애초 목표대로 주민공간으로 제 위상을 찾을 수 있도록 자치센터의 문제점과 대책을 3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註〉

 지난 15일 오후 4시40분 수원시 매탄1동 주민자치센터.
 지난해 8월 수원시 시범동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5개월동안 자치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엔 2~3명의 자원봉사자와 6명의 아이들이 이용객의 전부였다.
 방학을 맞아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대부분 인터넷과 채팅을 즐기고 있었고 안내데스크에 앉아 있어야 할 공익요원은 CD부스에 마련된 소파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이 곳 관계자는 하루 40여명이 이곳을 이용하고 있으나 그것도 '방학특수(?)'로 이용객들이 많이 늘었다며 평소 주부 10여명이 에어로빅이나 꽃꽂이 등 취미교실에 참여하고 있을 뿐 주민자치활동은 애초 기대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지난 99년 7월부터 동사무소를 주민자치센터로 시범 전환하기 시작, 지난 1일 경기도내 334개 읍면동사무소 가운데 83%에 이르는 276개 동사무소가 주민자치센터로 바뀌었다.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240여억원. 1개 동사무소당 평균 6천여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특히 자치센터로 전환되면서 동사무소의 업무중 세금과 통계, 청소업무 등 30%가량이 시·군·구청으로 이관됐으며 이 업무를 담당하던 공무원 5~6명도 상급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주민들도 공무원들도 100여년만에 이뤄진 행정개편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성남시 분당구 이모씨(32·주부)는 “동사무소에 헬스장과 탁구장 등이 마련된 것은 분명 큰 변화지만 고소득층 사람들은 이미 민간문화센터나 사설기관에서 자신들의 취미활동을 즐기고 있고 반대로 저소득층 사람들은 이런 공간을 이용할 시간이 있겠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기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동사무소의 인력은 줄었는데, 통계나 청소업무 등은 겉으론 상급기관 소관이면서도 실질적으로는 동사무소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아 공무원들의 불만이 많다”며 “더욱이 '돈도 없고 자원봉사자도 없는데 어떻게 자치센터를 운영하냐'는 인식이 공무원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역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1월 전국 40여개 단체들이 모여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를 구성, 자치센터의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수원 KYC 김명욱 사무국장은 “기본적인 주민욕구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자치센터마다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인데다 이를 책임지는 전담 공무원도 없어 벌써부터 예산낭비라는 지적이 있다”며 “프로그램 운영에 시민단체들이 적극 참여, 民官 공조가 이뤄진다면 새로운 도시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李宰明기자·j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