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들이 울상이다. 순이익이 '반토막' 날 정도로 실적이 나빠서다.

금융지주사들의 실적 부진은 예상됐지만 지주사별로 발표한 실적이 일제히 전망치에도 훨씬 못 미쳐 충격을 줬다.

금융지주들은 나름의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서는 어떤 방책도 한계가 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B, 하나, 신한 줄줄이 '어닝쇼크'

신한금융지주가 29일 공시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4천813억원이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1.8% 감소한 것으로, 증권사들의 전망치인 5천800억원에도 크게 미달한다.

계열사별로는 신한은행 3천383억원, 신한카드 1천606억원, 신한금융투자 471억원, 신한생명 403억원, 신한캐피탈 133억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57억원, 신한저축은행 -213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했다.

신한금융은 "작년 하반기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순이자이익이 감소하고 부동산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보수적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앞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지난 26일 발표한 1분기 순이익은 4천115억원, 2천898억원이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2.0%와 78.2% 줄어든 수치다.

실적이 전망치보다 훨씬 나쁜 '어닝쇼크'가 현실화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30일 공시되는 우리금융지주의 순이익이 작년(7천144억원)보다 41% 감소한 4천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다른 금융지주와 마찬가지로 실제로는 이보다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경기침체·실업률상승·경제민주화…원인은 복합적

금융 관계자들은 이 같은 실적 부진의 주된 이유가 최근의 저금리 기조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중금리가 하향 추세로 접어든데다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은행마다 수익의 근간인 예대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2.92% 포인트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1∼2월 평균 2.64%로 줄었다.

예대마진이 0.3% 포인트 떨어지면 연간 순이익이 6천억원 가량 감소한다고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전했다.

이 밖에도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건설, 조선, 해운 등 분야 기업들의 경영이 악화하면서 대손충당금 비중이 높아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STX조선은 채권단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율협약도 맺었다. 자율협약으로 은행권에서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은 우리금융 500억원,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각각 100억∼2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예대마진 축소와 기업들의 부실, 실업률 상승, 인구 고령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실적 부진의 원인이 복합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들이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에 불어닥친 '경제민주화' 바람도 은행 영업에 결코 긍정적인 요인은 되지 못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새 돈벌이 수단 강구해야"

문제는 올해 남은 분기에도 금융지주들의 실적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기가 당장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아 금리가 올라가거나 연체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볼 것도 없이 작년보다는 무조건 안 좋아진다"며 "만약 다음 달 기준금리가 인하되기라도 하면 은행 뿐 아니라 금융업 전체의 경영이 지금보다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사들이 이 기회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돈벌이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다른 금융기관들이 힘들어도 은행이 받쳐줘 금융산업이 버텼지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은행들도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면 10년 가까운 호황을 마감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우리라고 실적이 떨어지는 것을 가만히 앉아서 보고 있겠느냐"며 "아무리 자구책을 마련해도 근본적으로는 저성장 저금리 국면에서 은행들이 손익을 내기 힘든 구조여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