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부스, 무료영화상영실, 영어회화교실, 종이공예 …', '인터넷부스, 마을문고, 영어회화교실, 수예교실 …'.
 고소득층이 많이 모여 사는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주민자치센터와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이다.
 개설된 취미교실의 숫자만 다를뿐 270여개 주민자치센터의 프로그램은 거의 닮은 꼴이다. 행정자치부는 자치센터의 프로그램 선정시 지역주민의 의견조사를 거쳐 지역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운영을 주문하고 있으나 자치센터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욕구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닌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지만 동사무소 인력으론 이같은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은 곧바로 주민들의 낮은 호응으로 이어진다. 수원시가 지난해 1만6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치센터 개설 후 얼마나 자주 이용하겠는가'란 질문에 60%가 넘는 7천29명이 1~2차례 이용하겠다고 응답했으며, 1천595명(14.9%)은 아예 이용할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4회 이상 이용하겠다고 답한 사람은 3.9%인 412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백화점식 프로그램과 주민들의 냉담한 반응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치센터의 운영주체인 주민자치위원회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양·의왕 경실련 김광남 지방자치위원장은 “예전에 관변단체였던 동정자문위원들이 대부분 주민자치위원으로 위촉돼 활동하고 있다”며 “결국 주민들의 문화·복지 욕구를 반영하고 지역공동체 형성에 기여해야 할 자치위원들이 동장의 들러리를 서는가 하면 내년 있을 지방선거를 위한 정치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경기도가 조사한 주민자치위원의 분포현황을 보면 자원봉사 등의 형태로 자치센터에 참여할 수 있는 주부나 시민단체활동가는 전체 자치위원 6천619명 중 16% 정도인 1천여명에 그쳤으며, 자영업자들이 2천278명으로 가장 많았고 직능단체 대표와 지방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표 2 참조)
 '주민자치센터 활성화를 위한 풀뿌리네트워크' 박홍순 총무는 “주민자치위원회는 지역에서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단체나 모임, 기관에서 파견된 인사들로 구성, 실질적인 센터의 운영을 책임지는 협의회가 돼야 한다”며 “여성위원과 청년층의 참여를 보장하는 법률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李宰明기자·jmtru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