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억 투입… 결함 투성이
20㎞ 미만 속도에도 '흔들'
현상태로 정상운행 불가능
"정차율·승차감 개선돼야"


850억원이나 투입된 월미은하레일이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송영길 인천시장을 태우고 운행 중 시스템 고장으로 멈추는 사고를 냈던 은하레일이 또 다시 멈춰 서는 사고를 냈다. 정위치 정차가 안 되는 등의 여러 문제점을 동시에 드러내기도 했다.

30일 오전 10시 20분께 인천시와 인천교통공사 관계자, 취재진 등을 태운 은하레일 차량이 월미공원역을 출발했다. 6.1㎞의 은하레일 전 구간을 순환하는 코스가 취재진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역사를 떠난 차량은 20㎞ 미만의 속도였지만 손잡이를 잡지 않으면 중심을 잡고 서 있기 힘들 정도로 흔들렸다. 레일은 눈으로 보기에도 비뚤어져 있었다. 그런 레일 위를 달리는 차량이 흔들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였다.

차량 바퀴와 레일이 내는 마찰음은 운행 내내 귀에 거슬렸다. 차량 안전상 속도를 5㎞ 미만으로 줄여 '천천히' 진행하는 곡선구간에선 마찰음이 더욱 심해졌다. 이민사박물관역에선 차량이 멈춰야 할 곳보다 70㎝ 정도 덜 간 지점에서 멈춰 섰다. 원래는 30㎝ 이내를 벗어나선 안 된다.

역사에 설치된 스크린도어와 차량 출입문은 한참이나 어긋나 있었다. 차량에 함께 탄 교통공사 직원이 무전으로 "(차량이 앞으로) 더 가야 한다"고 중앙 관제실에 상황을 보고 하고 차량을 앞으로 이동시켰다.

은하레일 차량의 정위치 정차율은 기준상 99%가 돼야 한다. 하지만 75%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교통공사 관계자가 설명했다.

차량이 정위치에 못미쳐 멈출 때는 그나마 다행이다. 차량이 정위치를 벗어나 멈추게 되면 시스템상 차량이 자동운전으로 후진할 수 없다. 수동모드로만 뒤로 이동할 수 있다. 차량에 기관사가 없으면 다음 역까지 가서 내려야 한다.

역사 승강장 높이도 문제였다. 월미공원역에선 승강장보다 차량이 볼펜 절반 정도 길이로 낮았다. 승객들이 턱에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높이였다. 인천은하역으로 향하던 차량은 곡선구간을 지날 즈음 또 멈췄다. 지난 주 송영길 인천시장이 은하레일을 시승했을 때도 차량이 운행 도중 멈추는 사고가 있었다.

교통공사 직원은 자동운행모드에서 수동모드로 전환해 차량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 이날 시승 과정에서는 은하레일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은하역에 진입하는 과정에서도 지정 구간을 30㎝ 이상 벗어나 멈춰 섰다. 수동으로 차량을 뒤로 몰아 정차구간에 다다른 뒤에야 출입문을 열었다.

취재진과 함께 30여분 간의 시승을 마친 이중호 인천교통공사 기술본부장은 "있는 그대로 은하레일을 보인 것"이라며 "지금 상황으로 봐선 보강이 더 돼야 정상운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차량운행을 위한 신호시스템과 자동운행시스템간 조정은 물론, 차량의 정위치 정차율을 높이고 승차감을 개선하는 등 종합적인 보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공사는 5월 중순께 있을 안전성 검증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은하레일의 활용 방안을 정할 방침이다.

/이현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