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시 고천동 오봉산자락 밑에 학교가 있다. 외부에서는 학교전경이 잘 보이지 않지만 정문을 통과해 교무과 건물을 거치면 광활한 교정에 현대식 시설을 갖춘 교사가 그림같이 어우러진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교장·박일랑). 과거에는 소년원으로 불렸던 곳이지만 지난해 특성화 학교로 새롭게 발돋움한 학교다. 이 학교 재학생은 초·중학생 173명, 고등학생 118명이다. 모두 비행 청소년으로 낙인찍혀 학교현장과 사회에서 격리된채 법무부의 보호를 받고 있는 학생들이다.
 조동기 교사(39)는 이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유별나게 보는 사회의 시각이 문제입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열악한 가정환경이나 교육환경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비행 청소년'이란 딱지를 달게 된 피해자라고 볼수 있는 거죠.”
 그는 “아이들을 다시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해 사회에 환원시키게 하는 것이 학교설립의 목적이자 교사들의 책무”라고 또렷하게 말한다.
 고봉중·고의 학제는 다소 특이하다. 학생들 대부분이 다니던 중·고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것은 물론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경우까지 있기 때문에 이들의 학업을 계속 이어주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짧게는 6개월에서 19개월까지 머무는 동안에 학생들은 초등과정과 중·고과정에 편성돼 정상적인 교과수업을 받는다.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이 졸업하게 되면 전에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게된다.
 그래서 고봉중·고 졸업식에는 졸업장 수여식 대신 졸업장 전수식을 한다. 학교 졸업장 대신 타학교의 졸업장을 대신 전달해 주는 것이다. 고봉중·고 졸업장은 '소년원 출신'이라는 낙인이기 때문에 학교 졸업장을 줄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학교 선생님들은 지난 90년 개교이후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서류상으로는 졸업생이 없는 셈이다.
 조 교사는 “우리사회가 이들을 포용할 정도로 성숙할 때 까지는 졸업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떳떳한 사회인으로 정착한 수많은 제자들이 자랑이며 보람”이라고 말한다.
 이학교 선생님들은 공식적으로는 법무부 보호국 소년보호직원이다. 하지만 모두 사범대를 졸업한 정식 교사들이다. 이들이 우리가 멀리했던 아이들이 높은 담장 너머로 훨훨 날수있도록 희망과 꿈을 심고 있다.
/尹寅壽기자·isy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