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역소·시간대별 '제각각'
수십년 동안 무방비 방치
화물선에 대한 검역과 방역은 명확한 기준이 없어 각 검역소마다 다르게 운용되고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다. 현행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화물선 소독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소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각 지역별로 천차만별이다.
화물선 검역 과정에서 감염병의 주요 매개체인 쥐가 한 마리 발견됐을 경우를 가정할 때 부산 검역관은 화물선에 소독 명령을 내린다. 하지만 인천 검역관은 소독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부산검역소는 쥐가 한 마리라도 발견되거나, 쥐의 배설물 흔적만 나와도 소독명령을 내리는 반면 인천검역소는 '여러 장소에서 쥐 등의 유해 생물이 발견됐을 경우'에만 소독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처럼 화물선 검역에 법적 기준이 없고, 내부 지침도 각 검역소마다 다른 상황이 수십년간 이어져왔다.
배가 입항하면 기본적으로 이뤄지는 '검역'의 기준과 관련해서도 각 검역소마다 차이가 있다. 부산검역소는 "오염국가에서 오는 모든 선박에 대해 외항검역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야간에 입항할 경우나 검역원이 배를 타고 나가야되는 특성상 기상상황이 좋지 않거나, 배안에 환자가 있을 경우 접안검역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인천검역소는 '접안했을 경우에 유해 곤충이나 매개체가 있을 것이 우려되는 경우'에 외항검역을 하고 있다. 또한 대상이 되는 선박이 야간에 입항할 경우에는 접안하지 않고, 다음날 오전에 외항에서 검역절차를 진행한다.
외항검역의 대상 뿐 아니라, 야간에 배가 입항했을 때의 대응 역시 인천과 부산이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의 검역·방역 시스템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방역당국은 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각 항만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보건당국이 '화물선 검역'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29일 질병관리본부에서는 각 지역 검역소장과 질병관리본부의 각 센터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화물선 검역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족을 엿볼 수 있다.
중국에서 AI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날 회의에서는 화물선의 검역과 관련된 내용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화물선 검역 개선 방안 등 제도개선과 관련된 논의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이야기다. 화물선의 검역에 대한 보건당국의 인식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