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포럼등 지역 역사·문화·환경 토론의 장
동서양 고전읽기등 '나를찾는'소통모임도 인기


인천이 '공부'에 빠졌다. 각종 포럼과 공부모임을 통해 바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둘러싼 공간의 의미를 살피고, 고전과 역사를 읽으며 자신과 사회를 되돌아보고자 하는 '지적(知的) 욕구'를 분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 인천을 알고, 나를 찾다

문화단체인 '스페이스 빔'은 지난해부터 '배다리 도시학교 도시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에서 진행되고 있거나 계획 중인 도시 정책과 활동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사들을 초청해 마을 주민과 학생, 문화단체 회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인천과 도시에 대한 철학과 문제의식, 경험과 역량 등을 공유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인천이란 도시의 방향성을 고민해 보고,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배다리 주민들은 물론 학생, 시민단체 회원 등 각계각층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 참조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인천 도시포럼' 역시 인천이란 도시를 큰 주제로 삼고 있다. 개발 위주의 도시정책에서 탈피해 도시의 역사와 문화, 환경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2007년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인천의 개발정책 누구를 위한 것인가', '배다리 역사문화 만들기 방향', '인천의 문화유산' 등을 논의의 주제로 삼았다.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공부모임도 활발하다. 인천 남동구의 한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온고재(溫古齋)'는 논어와 맹자 등 고전을 통해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로 4년째인 온고재는 매주 3~4회 정도 10여명의 회원이 모인다. 40~50대가 대부분이다.

'동서양 선조들의 온갖 고뇌와 진지한 성찰이 담긴 고전들을 이 시대에 이곳 인천에 다시 끄집어내 보겠다'는 게 온고재의 출발 의도였다. 온고재를 이끄는 '훈장' 이우재씨는 "치기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것에 대한 욕구가 많은 것 같다"며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온 사람들이 고전을 통해 자기를 되돌아 보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교육과 사회정책을 위한 마중물'은 정책포럼, 영화 보고 대화하기, 책 읽기, 이슈잡기 등의 소통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마중물 송형선 사무처장은 "포럼 활동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 소통을 준비하는 것이 포럼"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여성과 문화, 환경, 교육,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포럼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무료 시민강좌도 인기

박물관이나 도서관, 대학 등이 진행하는 무료강좌도 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지난 2007년부터 '박물관 시민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매년 주제를 달리하는 이 강좌의 올해 주제는 '달콤 쌉싸름한 역사'다. 소금, 설탕, 향신료 등 맛을 둘러싼 우리나라와 세계의 작지만 큰 역사를 밝혀본다는 게 이번 강좌의 취지다. 강좌 내용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많을 땐 200명이 넘는 시민이 강좌를 찾는다.

미추홀도서관은 지난 2011년부터 유럽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글로벌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의 주제는 '유럽에 빠지다'다. 매주 월요일 오후 7시부터 두시간 정도의 강좌지만, 평균 150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 남동구와 연수구는 물론, 서구나 계양구에서도 이 강좌를 찾는다.

인하대는 공과대학을 중심으로 '과학나들이'라는 시민강좌를 지난 2009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매월 한 번씩 진행되는데, 지난해에만 1천630여명의 시민들이 찾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천대도 '인천에서 고전읽기', '인천에서 문학읽기' 등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각 기초자치단체나 군·구 도서관, 박물관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민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인천지역의 이같은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은 민간과 공공기관을 합쳐 760곳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영중 인천평생학습진흥원 초대 원장은 "민간과 공공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민대상 교육프로그램이 중복되지 않고, 보다 체계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들이 필요로하는 공부를 하고자 할 땐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준·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