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순방 첫 방문도시인 뉴욕 JFK공항에 도착, 김숙 주 유엔대사, 민승기 뉴욕한인회장, 김기철 민주평통뉴욕협의회장 등 환영나온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 첫 방문을 맞아 미국의 동포 사회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뉴욕과 워싱턴DC,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례로 동포들과 간담회를 한다.

역대 한국의 대통령이 대부분 미국을 몇 차례씩 찾은 터라 이들 지역에 사는 교포들이 대통령과 만나는 자체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박 대통령을 맞는 감회는 남다르다.

지난해 총선과 대통령선거에서 처음으로 재외국민 선거가 치러져 동포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뽑은 첫 대통령이고 미국에서는 아직 배출하지 못한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재 한국 대사관과 각 지역 총영사관, 한인 단체 등은 예전처럼 떠들썩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대통령 도착을 기다리고 있다.

박 대통령의 5일(현지시간) 뉴욕 방문은 2005년 3월 이후 8년2개월 만이다.

그는 2005년 3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표 시절 미국 정부와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길에 뉴욕을 찾았었다.

이 때 가진 간담회에 이 지역 주변의 동포 1천여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뤄 박 대통령이 강한 인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순방 첫 방문도시인 뉴욕 JFK공항에 도착,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뉴욕의 한인 동포들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한인들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의회 연설을 하게 된 데에는 한인 사회의 성숙한 정치력도 한몫 했다는 점에서 재외동포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희망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재미한인 권리신장운동 단체인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박 대통령은 재미 한인들의 실력과 역할을 인정하고 믿어준 대표적인 정치인"이라며 박 대통령의 '조용하면서도 치밀한' 리더십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김 상임이사에 따르면 2007년 미국 의회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청문회 때 일본은 '분쟁화'를 위해 한국 정치인의 참석을 바랬는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워싱턴에 있으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민참여센터의 조언을 받아들여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청문회 이후 마련된 식사 자리에 조용히 나타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했다고 한다.

김 상임이사는 이런 일화를 소개하며 "한국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동포를 관리하고 통제하려는 것에서 동포들의 실력과 역할을 믿어주는 쪽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동포들의 정책적 참여도 허용돼야 한다"며 "그래야만 한인들이 미국에서 진정한 모범시민으로 거듭나고 민족적 역량도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이뤄지는 이번 방문이 양국의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한반도의 긴장 해소를 위한 물꼬가 터지기 바란다는 주문도 있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아스토리아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뉴욕동포 간담회에서 행사장에 입장하며 남녀 어린이 화동으로부터 환영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스포츠 마케팅 분야의 자영업자인 조현준(50)씨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잇단 도발 위협 등으로 인해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데 대해 많은 동포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현재의 대치상황을 끝낼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격이 한단계 높아지기를 염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은행원인 소니아 리(43)씨는 "한국 사회가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정도로 성숙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이 여전히 소모적인 정쟁에 매몰돼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비쳐지는 한국의 이미지가 경제력에 걸맞은 수준으로 제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6일 저녁에는 워싱턴DC 맨더린 오리엔털 호텔에서 미국 수도권에 거주하는 동포 400여명이 참석하는 간담회에 초청됐다.


박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2007년 2월 이후 5년3개월 만이다.

그는 당시 한나라당 17대 대통령 선거 당내 후보 경선을 5개월여 앞두고 워싱턴을 찾은 바 있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최영진 대사 명의의 초청장을 지난달 말 각계 인사들에게 발송했다.

린다 한 워싱턴 한인연합회, 홍일송 버지니아 한인회, 서재홍 수도권 메릴랜드 한인회, 장두석 메릴랜드 한인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환영위원회는 대통령을 직접 만나지 못하는 교포를 위해 별도로 환영 행사를 한다.


▲ (뉴욕=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아스토리아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뉴욕동포 간담회에서 참석 동포들과 건배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한 회장은 "역대 대통령이 많이 왔지만 이번처럼 잡음 없고 차분하고 화합된 분위기에서 귀한 손님을 반길 준비가 돼 있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지금까지 닦고 가꿔온 두 나라의 동맹 관계가 꽃을 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자유, 안보, 번영 등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를 진전시키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또 재외국민 선거 제도를 손질해 동포들이 간편하고 편안하게 투표할 수 있게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거주하는 로스앤젤레스 지역 교민 사회는 오는 8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에 커다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로스앤젤레스가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각별한 인연을 쌓은 곳이라 친근감이 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에 1965년 단 한 번만 방문했을 뿐이지만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LACMA) 한국관 개관과 로스앤젤레스 한인회관 건물 구입에 결정적인 힘을 보탰다.

1976년 한국 정부가 미국 독립 200주년을 맞아 선물한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피드 '우정의 종'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른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교민 사회는 박 대통령이 이런 인연에다 미국을 대표하는 한인 밀집 거주 지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이번 방문에서 교민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선물 보따리'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현지시간) 아스토리아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열린 뉴욕동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올라 환영박수를 받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로스앤젤레스를 찾았을 때 전문직 종사사의 이중국적 허용과 원어민 영어 교사 증원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경제 교류에 특히 민감한 로스앤젤레스 교민 사회는 박 대통령의 방문 때 미국 국적 한인의 한국 취업 기회 확대 등의 조치를 바라고 있다.

특히 동포 가운데 총영사관 영사로 기용하는 등 150만명에 이르는 한인 동포 사회가 본국 정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배무한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장은 "로스앤젤레스 한인회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지원한 자금이 토대가 돼서 마련한 것이라 박근혜 대통령을 맞는 심정은 남다르다"면서 "박 대통령께 이중국적 허용 연령제한 완화와 총영사관에 교포 영사 임용, 총영사관 업무 일부 이양 등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광성 오렌지카운티 평통 회장은 "동포들이 박 대통령을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긴다"면서 "동포 사회의 고질적 분열이 이번 박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또 "미국의 한인2세, 3세들에 대한 한글 교육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어바인에서 사업을 하는 문민석(50) 싸는 "한미동맹이 더 굳건하게 다져지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는 바람"라면서 "세계 방방곡곡에 있는 동포들의 권익 신장과 네트워크도 이끌어주시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일부 지역에서 간담회 행사에 초청받지 못한 일부 한인이 선정 기준을 두고 불만을 표시하는 등 일부 잡음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