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흡사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형태의 체험을 제공했다. 알베르 카뮈의 희곡작품 '칼리굴라'를 재해석한 작품답게, 연극과 음악의 경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공연이었다. 카뮈, 그답게 죽어서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다음날인 5월 5일,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폐막작을 보면서도 같은 의문은 이어졌다. 프랑스에서 온 르투라몽 공연팀의 '여인 조각상의 춤(Danse des Cariatides)'. 세계 최고의 버티컬 퍼포먼스 공연단으로, 그들은 안산문화광장 옆의 '홈플러스' 빌딩을 벽면 무대로 하여, 현대 공연이 어떻게 공간을 해석하고 신체언어를 어떤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줄 수 있는지를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작업을 선보였다.
역시 불편했지만 몽환적이면서도 서정적이었다. 오히려 안산축제와 과천축제가 공동제작한 '티타니아(Titania)'는 그에 비하여 귀엽게 보였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에 등장하는 요정 티타니아를 소재로 새롭게 제작한 이 공중 퍼포먼스는 30미터 위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이동형 무대로, 경계 없는 거리 공간에서의 공연 세계를 참신하게 보여주었다. 이렇게 연극은, 공연은, 진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서 연극제, 공연축제들도 가속도를 내며 개혁의 와중에 빠져 있다.
'수원화성 국제연극제'의 올해 흐름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를 '낯설게' 맛볼 수 있다. 하지만 훨씬 친절하게 맛볼 수 있다. 스페인의 고대 발렌시아 축제에 뿌리를 두고 30년간 세계 축제현장을 누벼온 작사 씨어터(Xarxa Theatre)가 2013년 올해 수원 공연축제의 주빈(主賓) 중 하나이다. '마법의 밤(Nit Magica)'이라는 개막작(24일 오후 8시)과 함께, 한국 초연작인 '불꽃의 바다(El Foc Del Mar)'를 폐막작으로 수원시민에게 선보인다. 행궁광장 전체를 누비는 퍼레이드, 환상적인 불꽃 공연과 라이브 연주, 상징적인 대·소도구를 활용해 독창적인 공연을 선사한다.
호주 공연팀의 인코딧(Encoded), 독일 공연팀의 레오(LEO), 이탈리아 공연팀의 마녀 바바야가(Babayaga) 등은 첨단영상과 인터랙티브(쌍방향) 테크놀로지 및 버티컬 퍼포먼스, 에어리얼 댄스(Aerial Dance·공중연기 및 무용)가 결합된 현대 공연의 진면목을 보여주게 된다. 하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게 하자는 '선별안(選別眼)'을 가지고 프로그래밍한 올해 국제연극제 김철리 예술감독의 셀렉션이다.
'지루할 틈이 없는 공연축제를 지향'하는 수원의 5월 국제연극제가 시민들에게 다가갈 날도 머지않았다.
/홍철욱 수원문화재단 축제기획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