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약성서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술꾼은 노아였다. '노아의 방주'로 일컫는 그 대홍수 후 포도주를 빚어 만취한 뒤 벌거벗은 채 잠들곤 했다는 것이다. 최초의 맥주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인이 마셨다.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서 출토된 기원 전 5천년의 유적에 맥주 침전물이 붙어 있었다고 영국의 과학지 네이처가 전했던 게 1992년 11월이었다. '인류 역사=술의 역사'다. 성인(聖人)과 천자를 가리키는 '聖'자부터 '맑은 술'을 뜻한다. '귀(耳)와 입(口)이 간사스런 물(壬)을 즐기는' 글자가 '聖'이고 간사스런 물이란 바로 술이다. 고관대작의 '대작(大爵)'도 큰 술잔을 가리킨다. 爵·雀·酌(작), 杯(배)가 모두 술잔이고 국자 같은 술잔이 勺(작)이다. '높을 존(尊)'자도 '술그릇 존'자이기도 하다. 그런 잔에 술을 따라 맛은 입이 즐기고 향은 코가, 색깔은 눈이, 쨍 하는 건배 소리는 귀가 즐긴다고 했다.
국빈 대접 만찬 등 크나큰 회식이든 끼리끼리 조촐한 회식이든 분위기 띄우기엔 건배가 빠질 수 없고 술 없는 축하, 환영, 송별 파티란 상상조차 조심스럽다. 하지만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마셔도 마셔도 싫지 않아 마시고 또 마시고(飮飮不厭更飮飮) 안 마신다 안 마신다 하면서도 마시고 또 마실(不飮不飮更飮飮)' 정도면 패가망신하기 '딱'이고 이번 거국적인 성 추문의 윤창중처럼 나라 망신까지 시키기 십상이다. 물감을 먹어 치우고 고갱과 싸운 뒤 귀를 자르는가 하면 끝내 권총자살을 한 빈센트 반 고흐의 발작과 환각, 기행(奇行)과 광증(狂症)도 알려진 대로 천재성의 발로나 유전적인 정신이상이 아니라 바로 술 탓이었다.
일찍이 술을 가리켜 '천지미록(天之美祿)'이라고 했다. 하늘이 내려주는 좋은 복록, 즉 하늘 복이란 뜻이다. 하지만 과하면 탈이다. 인류사의 가장 큰 폐해는 술이고 가장 많은 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다. 러시아 남성의 70%가 술로 사망한다는 게 2000년 5월 19일자 코메르산트 지 보도였고 미국인 6명 중 한 명이 폭음이고 연간 8만명이 죽는다는 게 작년 1월 11일 CNN 뉴스였다. 그래서 강력한 규제와 금주 캠페인을 벌이는 게 요즘 유럽 등 국제사회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