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지하 침투량 늘려서
관로로 유입되는 양 줄이거나
공원과 물 저장 기능
동시에 가능한 다목적 공원
조성하는게 더 효과적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변화 문제가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지금까지의 경제 형태를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가 아주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조속하고 적극적인 대비를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기후 변화에 따른 환경문제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 변화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산업생산체계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산업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이미 일부 IT분야나 자동차분야 등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기후 변화에 대한 문제는 각종 경제포럼의 주요 의제로 자리를 잡았다. 유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처에 따르면 생물의 다양성 훼손, 질소 순환 문제에 이어 기후변화에 의해 가장 영향을 받는 인자로 물 문제를 꼽고 있다.
이 중에서 물 문제는 점점 더 어려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물의 원천이 되는 강우에 영향을 미치는 증발량이 증가하고 있다. 기온 상승에 따라 증발량이 크게 증가되어 세계 곳곳에서 멀쩡하던 호수가 사라지고 있다. 이와같은 현상은 몽골 등 물이 부족한 지역에서 더 심각하다. 증가된 증발량은 강우량의 증가로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많은 지역에서 홍수피해가 가중되고 있으며, 이와는 반대로 가뭄지역에서는 가뭄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와같은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물을 배제하고 하수관로를 확장하거나 하천의 폭을 넓혀왔다. 또는 댐이나 저류지 등 물을 가두어두는 그릇을 크게 만들어서 이와같은 문제를 해결해 왔었다. 그러나 강우 증가에 이은 도시의 급속한 성장과 지하침투율 저하문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물관리체계로는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존의 물관리체계를 획기적으로 바꾸자는 강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적으로 물관리의 기본방향을 '탄력적인 물관리'로 바꾸자는 시도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원래 탄력적이라는 의미는 어떠한 충격을 받았을 때 빠르게 본래의 기능으로 회복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시설의 용량도 문제이다. 강우에 따른 홍수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강도도 과거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빈도라 할지라도 홍수량이 크게 달라진다. 이로 인하여 과거 20년이나 30년을 기준으로 지하에 묻어놓은 하수도의 용량이 크게 부족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온 시내를 공사판으로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보다는 차라리 지하 침투량을 늘려서 관로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줄이거나 공원과 물 저장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다목적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녹색지붕, 지하 빗물저장탱크 등도 이러한 개념 변화에 부응하는 시도이다.
두 번째로는 홍수교육, 홍수 예경보 시스템, 홍수보험과 홍수지도, IT기술을 가미한 스마트한 물관리 프로그램의 적용. 홍수터 공간의 다목적 활용 등 구조물을 설치하지 않고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방안의 적극도입이다. 이와같은 방안을 통틀어 비구조물적 물관리 방안이라고 하며 점차 활용도가 높아가고 있다. 특히 교육은 홍수나 가뭄을 근본적으로 줄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주에서 10년간 연구자료에 따르면 교육만으로 부상피해가 70% 감소되며, 홍수위험교육으로 홍수 피해를 45% 감소시킨 사례조사결과도 있다. 홍수예경보 효과도 뛰어나서 5시간 미리 홍수를 예보하면 피해액이 20%이상 감소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셋째로, 물관리 정보와 행동 매뉴얼이 국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들이 이에 대하여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내 집에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센서를 통하여 내 눈으로 확인되는데 큰 돈을 들여 생수를 사 먹을 이유가 없고, 피해가 예상되는데 홍수에 대한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소비자의 적극적 동참은 물관리의 선진화뿐만아니라 에너지를 효과있게 절약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물관리 방향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국민들의 부담도 줄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의 초석을 쌓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최계운 인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