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창윤 문화체육부 차장
지난 8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은퇴를 선언한 알렉스 퍼거슨 감독. 그는 맨체스터를 세계 최고의 축구 명문팀으로 만든 명지도자다. '퍼거슨 리더십'에 대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질 정도로 그가 조직을 꾸리고 장악한 뒤 성적을 내는 과정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모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였다.

특히 지난 1999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후반 45분까지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에 0-1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 시간에 두 골을 넣어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군 퍼거슨 감독은 그해 영국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아 '퍼거슨 경'으로 불릴 만큼 영국의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사실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는 선수로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공격수 출신인 그는 스코틀랜드 리그에서 잠시 득점왕에 오르긴 했지만, 그가 감독으로 쌓은 명성에 비하면 초라하다. 1974년 32세 젊은 나이에 선수를 그만둔 그는 그해 스코틀랜드리그 팀인 이스트 스털링 지휘봉을 잡고 감독 생활을 시작, 1986년 맨유 감독에 부임했다. 그는 자신의 축구 철학을 내세우며 중·하위권 팀이던 맨체스터를 세계 명문 클럽으로 발돋움시켰다.

그의 축구 철학을 알려주는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꽃미남 스타' 데이비드 베컴과의 갈등이었다. 2003년 2월 아스널과의 FA컵 경기 하프타임때 베컴에게 화를 내며 축구화를 발로 찼고 그 축구화가 베컴의 얼굴을 강타, 눈 근처가 찢어진 사건이었다. 그만큼 스타 선수 한 명에 의존하기보다 팀 전체를 하나로 이끄는데 주력하는 퍼거슨 감독의 스타일을 보여준 사례다.

얼마전 그의 제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게 고마워요 보스(Thanks for everything, Boss)'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사실 제자들에게 존경받고, 부하직원들에게 사랑받는 보스가 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겠는가. 퍼거슨 감독의 별명이 '헤어드라이어'란다. 야단을 칠때면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뒤로 날릴 정도로 면전에서 혹독하게 한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퍼거슨 감독은 팀을 떠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좋지않은 시절들이 있었지만 맨체스터는 나를 믿었고 선수들과 스태프들도 나를 지지해줬다. 이제 여러분들이 해야 할 일은 우리의 새로운 감독을 믿고 지지하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일이다"라고 말이다.

진정한 보스! 지금의 우리 시대에 꼭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남보다 내가 먼저다'라는 생각보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 그런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지 않을까.

/신창윤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