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아래층 세입자와 말다툼을 하던 집주인 임모(72)씨가 흉기를 휘두른 뒤 불을 질러 2명이 숨지자(경인일보 5월 14일자 22면 보도), 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왜 그랬을까.
사건의 발단은 1년 전 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2층짜리 다세대 주택 1층에 사는 세입자 조모(50)씨는 작은 방 천장에 샌드백을 설치했다.
2층에 사는 집주인 임씨는 "샌드백 치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조씨와 말다툼을 벌였고, 이후 둘 사이는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지난 13일 저녁 5시40분께. 임씨는 1층 현관문 앞에 있던 조씨에게 "웅성웅성대는 소리가 시끄럽다"며 불평했다. 말다툼으로 번지자 조씨의 부인 박모(50)씨가 밖으로 나와 둘을 말렸다.
하지만 이에 격분한 임씨는 과거 샌드백을 설치한 일을 거론하며, 60㎝ 길이의 등산용 도끼를 들고 나와 조씨 부부에게 휘둘렀다.
조씨 부부는 황급히 반지하에 사는 김모(66·여)씨 집으로 도망쳤다. 김씨는 임씨를 진정시키며 도끼를 빼앗으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임씨가 휘두른 도끼에 부상을 당한 조씨 부부는 겁에 질린 채 안방으로 다시 도망쳐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다.
뒤쫓아 온 임씨는 도끼로 현관문 유리와 집기 등을 부수기 시작했고, 급기야 집 거실에 휘발유를 뿌려 불까지 질렀다.
때마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지나가던 시민이 창문에 매달린 채 도움을 요청하는 조씨 부부를 구출했다. 하지만 작은 방에 있던 딸(27)과 남자친구 최모(24)씨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불과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에 벌어진 참극이었다.
한편 임씨는 2년여 전부터 암투병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와 가깝게 지낸 이웃 주민들은 "병을 앓게 되면서 이전보다 예민해진 것 같다"며 "그동안 주민들과 잘 지냈는데,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임승재·박경호기자
'샌드백 소리' 1년 앙금… 집주인 감정폭발
'부평 층간소음 참극' 왜?
도끼 휘두르며 거실 불질러
입력 2013-05-14 23:46
지면 아이콘
지면
ⓘ
2013-05-15 23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
관련기사
-
'火' 부른 층간 소음 시비, 집주인이 방화 저질러 2명 사망
2013-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