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려 드는 학부모·자신만 아는 학생 '절망'
교원떠나면 교육공백으로 이어져 공교육 위기
교권보호지원센터 문 열어… 다각적 조치 필요


'교권(敎權) 추락'이 스승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상처를 입은 교원들이 '명예퇴직'이란 방법으로 정든 학교를 떠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결국 인천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 교권 추락, 어디까지 왔나

학생과 학부모 100명이 있다면, 이 중 1~2명이 교원에게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의 공통적인 말이다.

교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개××', '씨×' 등의 욕설을 듣는 건 기본이다.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를 내며 싸우자고 덤비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니 할일이나 하세요'라고 비아냥거리는 학생들도 있다. '카톡' 알림 소리에 스마트폰을 열어 보면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보게 된다.

자기 아이만 생각하는 학부모, 자신만 아는 학생들을 접할 땐 '내가 이 욕을 먹어가며 왜 가르치나'하는 푸념이 절로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해 총 109건의 교권침해 사례가 발생했다고 했다. '교사에 대한 폭언과 욕설'이 전체의 70% 정도로 가장 많았다. 수업 진행을 방해하거나 여교사를 성희롱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같은 교권침해 사례는 2010년 89건, 2011년 103건 등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표 참조

더욱 큰 문제는 '학생 지도 어려움' 등 교권 추락으로 인해 교원들의 명예퇴직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개인적인 사정이나 건강문제 등 때문에 학교를 일찍 떠나는 교원들도 있다.

■ 교원 명퇴, 공교육 위기

교원의 '명예퇴직'은 '교육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명예퇴직은 보통 2월과 8월 이뤄지는데, 특히 8월 명예퇴직의 경우엔 교육과정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셈이 된다. 학교는 업무공백을 없애고자 기간제 교사 등을 채용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기간제 교사는 명예퇴직 교원에 비해 책임감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신분이 불안정해 학급 운영이나 수업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와 일선 교사들의 얘기다.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퇴직 교원 증가는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경력 교원의 손실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학교의 전문성을 높이는데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초임 교원이 학교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안을 어떤 식으로 대처해야 하고 진행해야 할지 알려줄 '선배'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은 교원의 명예퇴직이 교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교육 위기'의 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가능하게 한다.

■ 대책은 없나

교권 확립을 위한 정부와 교육당국의 다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교원의 명예퇴직을 줄일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문을 연 '시교육청 교권보호지원센터'는 교권 확립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교권 침해 사안이 센터에 접수되면 담당 장학사와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이 현장조사와 상담 등을 벌이게 된다.

일선 교원의 스트레스 등을 덜어주기 위한 정신상담, 교원의 명예퇴직을 예방할 수 있는 정부의 세부적 사례 관리방안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생 인권과 교권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성기 협성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교권 침해는 교원 명예퇴직 증가의 중요한 이유"라며 "교원이 불안하면 궁극적으로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정부와 교육 당국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준·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