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수익 한 수단 이용
경기도에만 수천개 넘어서
아파트와 공장에 이어, 창고가 또 다른 난개발 광풍(狂風)의 주범이 되고 있다. 인허가 과정이 까다롭지 않아 논밭과 임야 등 도로와 인접한 땅이면 어느 곳이든 창고가 들어선다.
건축비를 아끼기 위해 저가 자재가 주로 쓰이다 보니 주변경관을 해치고 화재 등 안전사고에도 취약하다. 도시의 체계적·효율적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창고 난개발의 실태와 문제, 대안을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주
14일 오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천리. 45번 국도 옆으로 D물산의 물류창고(연면적 9천780여㎡)가 들어서 있다. 골안산 자락 밑 한적한 농촌마을에 들어선 이 창고는 2년여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밭이었지만, 주변이 파헤쳐지고 성토되더니 어느새 지목이 '전'에서 '창고'로 바뀌었다.
이 사이 3.3㎡당 22만7천여원이었던 땅값은 불과 5년여 만에 5배에 가까운 105만9천여원(이상 공시지가 기준)까지 치솟았다. 하루 수십대씩 통행하는 물류차량으로 45번 국도 진입로의 교통흐름에도 영향을 미쳤다.
처인구 양지면 양지나들목 사거리부터 17번 국도를 따라 안성 방면으로 달리다 보면 물 댄 논과 창고가 번갈아가며 눈에 들어온다.
논 옆으로 성토가 이뤄진 빈 땅도 새 창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창고가 부동산 수익의 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창고가 많기로 이름난 이천과 광주를 비롯, 최근 비상 최고 단계인 광역 3호급 화재가 발생한 안성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도로 주변으로는 어김없이 크고 작은 규모의 네모난 창고가 들어서 있다.
경기도에 등록된 중·대형 창고는 이날 현재까지 모두 485개. 이 중 절반가량인 235개가 용인과 이천, 광주, 안성 등 4곳 지자체에 몰려 있다. 고속도로 등 교통망이 좋은 까닭이다.
도에 등록이 의무화되지 않은 1천㎡ 이하 소규모 창고까지 합산하면 창고 수는 수천개에 달한다. 관련기사 3면
도내 창고중 체계적인 기반시설, 용도지역 등과 관계 없이 무분별하고 개별적으로 들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창고는 도시의 개발을 위해 환경과 교통, 건물 배치 등을 담은 지자체의 지구단위 계획 등과는 별개로 이뤄져 난개발을 부르고 있다.
경희대학교 이성근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경기 침체로 땅값이 저렴할 때 마구잡이로 사들인 후 일단 창고든 뭐든 짓고 보자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상당수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창고의 경우 향후 지가 상승을 기대한 심리가 반영돼 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