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지역 상당수 차량용 가스충전소들이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을 상대로 불법대출에 나서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출받은 이들은 주로 도박이나 유흥비로 탕진하는가 하면, 심지어 반복 대출로 빚이 불어나 택시마저 넘기는 사례마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태
 개인택시기사들에 따르면 인천·경기지역은 물론 전국 상당수 가스충전소에서 개인택시 기사를 상대로 매달 일정량의 가스를 주입하도록 한 뒤 보증인을 세워 100만~300만원씩의 소액대출을 일삼고 있다. 특히 인천의 경우 19개 충전소중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업소에서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개인택시기사 K씨(48·인천 부평구 부개동)는 “대출조건엔 충전소별로 차이가 있지만 통상 1명을 보증인으로 세우고, 매달 600~700ℓ의 가스를 충전하는 것”이라며 “개인택시기사의 80% 정도는 한차례 이상 충전소에서 대출을 받은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에서 충전소를 운영하는 업주 L씨(57·인천 남동구 구월동)는 “고객확보 차원에서 택시 1대당 100만~300만원 정도의 대출을 해주고 해당 기사들의 고객카드를 만들어 가스충전여부를 매일 확인한다”며 “주로 정유회사에서 융자를 받은 돈으로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이율을 올리는 방법을 취한다”고 털어놨다.
 ▲부작용
 충전소에서 대출을 받은 기사들은 돈을 가계자금으로 쓰기보다는 카드, 고스톱 등 도박을 즐기거나 유흥비로 날리기 일쑤다. 이들은 “나중에 돈을 갚는 과정에서 가정불화로 이어지는 등 부작용이 많다”고 얘기한다.
 개인택시 5년 경험의 P씨(42·인천 연수구 연수동)는 “대출받은 돈으로 도박을 하다가 모두 잃게 되면 홧김에 택시를 담보로 잡히고 급전을 구하는 이들도 허다하다”며 “이로 인해 대출금을 갚지 못해 충전소에 택시를 맡기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출을 많이 해 주는 충전소엔 운행을 하지 못하고 담보물로 잡혀 있는 택시들이 눈에 띈다. 또 충전소 업주들은 단골 가스충전 고객들에게 현금 결제시 통상 5%를 할인해 주지만 돈을 빌린 후부터는 할인을 해주지 않는다. 여기에 다른 곳에서 가스를 충전한 사실이 밝혀지면 온갖 이유로 고율의 이자를 적용, 대출금을 환수해 말썽을 빚기도 한다.
 택시업계 관계자는 “가스를 충전하기 위해 먼거리를 빈차로 돌아가야 하는가 하면, 대출금 상환 때문에 속앓이를 하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아 서비스 질 향상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대책
 전문가들은 가스충전소가 돈을 대출해 준 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스판매량 할당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충전소의 대출이 각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법 위반에 대한 처벌 기준이 미약한데다 일부 행위에 대해선 처벌기준도 없어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관련, “일부 충전소들은 고유의 업무영역을 벗어나 악덕 사채업자 수준에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라며 사법당국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李榮宰·李宇晟기자·youngl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