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1965년생) 세대의 은퇴가 늘고 청년실업까지 더해지면서 '프랜차이즈' 창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프랜차이즈 창업을 하려고 알아봐도 치킨집이나 고깃집처럼 먹거리를 제외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 형편이다.
사실 먹거리 프랜차이즈는 쉽게 창업할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위험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조금만 생각을 바꿔보자.
수 많은 프랜차이즈 창업 아이템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하나가 바로 애완동물과 관련된 프랜차이즈이다. 국내 애완동물 산업의 시장규모는 2조원에 육박할 뿐만 아니라 매년 성장을 거듭하는 등 지속가능성이 있고 소자본 창업까지 가능한 멀티펫숍은 최근들어 창업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멀티펫숍' 새롭게 선보인 수의사
동물병원 외과과장으로 근무하던 중
직영 프랜차이즈 부원장 승진 새 인생
애견호텔서 유치원까지 '통합서비스'
# 수의사가 CEO인 (주)러브펫
(주)러브펫(www.luvpetkorea.com)의 최인영 대표는 수의사라는 다소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사실 최 대표도 처음에는 최고경영자가 아닌 다른 동료들처럼 수의사부터 시작했지만 나름의 경영노하우를 통해 새로운 프랜차이즈 분야를 개척했다.
제주대 수의과대에서 수의외과 석사 과정을 졸업한 그는 2003년 11월 서울의 한 동물병원의 외과과장으로 근무를 하던 중 6~7개월만에 직영동물병원의 외과과장 겸 프랜차이즈 동물병원 부원장으로 승진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슈퍼바이저로 가맹점 준비부터 창업 준비까지 애완동물 프랜차이즈에 대한 노하우를 하나씩 배우기 시작한 최 대표는 단순한 동물병원을 벗어나 여러가지 콘셉트를 도입하고 매뉴얼까지 만드는 등 동물병원부터 애견 유치원, 애견호텔, 애견숍 등 멀티펫숍 개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최 대표는 "10여년 전만 해도 애완동물 프랜차이즈라는 개념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라고 해도 단순히 얘견용품을 판매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더구나 주변 선배 수의사들로부터도 애완동물 프랜차이즈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창업을 도와 준 가맹점 수만 25개에 달했고 한달 매출이 당시 애견숍에서 상상하기 힘든 정도인 5천만원에 달하는 곳도 나올 정도로 성공의 신화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성공 위해 펜을 잡다
'제대로 알자' 연세대 CEO과정 입학
교육생 중 유일한 가맹점주 화제모아
창업·브랜드·CI 등 체계적으로 공부
#밑거름이 된 창업실패, 그리고 프랜차이즈 연구
1년 6개월간 동물병원 외과과장겸 프랜차이즈 동물병원 부원장을 역임하다 지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에 멀티숍인 동물병원을 오픈한 최 대표는 4~5군데 점포도 문을 열었지만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문을 닫고 말았다.
전에 일했던 동물병원이 최 대표의 능력을 익히 알고 있었던터라 다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 서울 중계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어려움을 몸소 익히게 됐다.
그 때만 해도 가맹본부는 가맹점만 오픈 해주고 나몰라라 하는 구조로, 일명 밀어내기가 성행하는 등 요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갑(甲)의 횡포'가 극심했었다.
먼저 프랜차이즈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2006년 연세대학교 프랜차이즈 CEO 과정에 입학해 창업부터 브랜드, CI 등 체계적으로 프랜차이즈를 하나하나씩 배워나갔다.
프랜차이즈 CEO 과정에 입학한 교육생 중 최 대표만 유일하게 가맹점주였다는 일화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최 대표는 "가맹본부에서 기초적인 창업교육을 하지 않았을 정도로 가맹점 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특히, 시장수요 조사도 없이 물건만 가맹점에 떠넘기고 나중에 알아서 처리하라는 방식이었다"고 설명했다.
첫째도, 둘째도 가맹점과의 협력
고가 영양제 자체 생산 가격거품 낮춰
납득하고 가맹비 낼 수 있게 운영도와
"점주들과 꾸준히 만나 함께 발전할것"
# 원스톱서비스를 통한 가맹점과의 상생
세분화해 깔끔한 인테리어와 확실한 물류시스템을 갖추면 멀티펫숍도 분명 소자본 창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 확신한 최 대표는 의료서비스까지 모든 서비스를 망라한 토털숍인 러브펫을 2006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는 러브펫을 설립한 뒤 가장 먼저 가맹점을 모집하지 않은 채 그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계점 이외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평촌 의왕점 등 직영점을 오픈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먼저 가맹본부가 배가 불러야 한다"고 강조한 최 대표는 "지금까지 가맹본부가 배를 불리기 위해선 가맹점을 힘들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며 "가맹비를 낸 숍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어야만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함께 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직영점에서 가맹점의 기본적인 생활(운영)이 가능한 수익이 있기 때문에 가맹점 수익에 중점을 둘 수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의 경영 방침은 수의사 자격이나 특별한 기술이 없더라도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게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120% 가맹점 위주로 경영방침을 실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맹점 수익을 최우선으로 강조한다.
특히 기존에 고가에 거래되던 영양제를 자체 제조·생산함으로써 그 만큼 유통마진의 거품을 제거하는 등 저렴한 가격으로 가맹점에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직영점뿐만 아니라 가맹점도 B2B사이트를 통해 똑같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고 재고품도 원활히 처리할 수 있다. 게다가 제반용품의 공급에도 마진율을 최소화해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 대표는 정신과의사, 변호사, 사회복지사, 세무사, 회계사, 방송PD, 방송작가 등이 모여서 유기견을 보호하는 작은 단체를 만들 정도로 유기동물에 대한 봉사활동은 물론 인권지킴이 봉사활동 등 꾸준한 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또 봉사활동과 한국중고육상연맹 이사도 맡아 한국육상 지원에도 나서는 등 나눔과 복지에 대한 투자에도 힘쓰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앞으로도 점주들과 꾸준히 만남을 갖고 가맹점이 중심이 돼 함께 발전하는 러브펫으로 발전하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