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화학물질 누출 사고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으로 유해화학물질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정부가 화학물질의 규제·관리를 강화하는 법을 마련했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국내 제조·수입 전 유해성 심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을 22일 제정·공포한다고 21일 밝혔다.

제정안은 신규 화학물질이나 1톤 이상의 기존 화학물질을 제조·수입할 때 매년 용도와 제조·수입량 등을 보고·등록하도록 했다.

기업들은 등록 시 제조·수입 물질의 용도, 특성, 유해성 및 위해성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등록된 자료를 바탕으로 화학물질의 용도와 물리·화학적 특성, 유해성, 물질 노출에 따른 피해 정도 등을 파악한 뒤 유해성 심사를 거쳐 유독물 여부를 지정한다.

유해화학물질이 함유된 제품을 제조하는 사업체는 생산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의 함량과 유해성 정보, 용도 등을 환경부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 다만 화학물질이 사용 과정에서 유출되지 않는 고체 형태의 제품은 사전 신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 세정제, 방향제, 접착제, 방충제 등 위해성이 우려되는 제품은 위해성 평가를 통해 품목별로 안전·표시기준을 정해 고시한다.

평가 결과 안전·표시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은 판매가 금지되며 건강 피해 가능성이 있으면 회수·폐기·응급조치 등을 할 수 있다.

환경부는 화평법을 통해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학물질의 위해성으로부터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한편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를 의무화하는 국제 추세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만드는 사용자의 보고 의무 조항이 삭제되고 고체형태 제품은 사전 신고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이번에 제정·공포된 화평법이 '앙꼬없는 찐빵'이 돼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장하나(민주통합당)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 반도체와 같은 화학물질 사용자의 보고 의무를 삭제시켜 버린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누더기가 된 화평법을 조속한 시일 내에 환노위 원안대로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