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1만2천여 세대 분양 성과
앵커시설 先유치로 사업 활성화
올해 도화구역 등 역점 추진키로
부동산 침체탓 유동성 위기 겪어
2011년 관광公 흡수 경쟁력 강화
1조원 규모 자산매각·투자유치
공격적인 선순환 경영에 '박차'
인천도시공사가 24일 창립 10주년을 맞는다. 창립 이후 빠른 성장에 이어 유동성 위기를 겪은 뒤 재도약을 위한 주춧돌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 창립 당시 81명이던 정원은 지난 3월 말 기준 387명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자본금은 1천380억원에서 2조4천833억원으로 증가했고, 자산은 1천627억원에서 10조5천195억원으로 10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같은 '외형적 성장' 뒤에는 '무분별한 사업 추진'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인천시와 성장과 침체의 궤적을 함께 그려왔다. 창립 후 선도사업은 '서창지구 택지개발', '송도4공구 주택건설', '임대아파트 관리' 등이었다.
이후 인천의 주요 개발사업에는 늘 인천도시공사가 참여했다. 웰카운티 아파트 건설·분양처럼 소위 '돈이 되는' 사업도 있었지만, 나머지는 막대한 초기 자금이 필요한 반면 자금 회수 기간이 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대 인천시의 빠른 부동산 개발은 인천도시공사가 견인했고, 그 '뒷감당'도 공사의 몫이었다.
인천도시공사는 오두진 사장이 취임한 이래 '수비적 공격' 경영 방침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경영 건전성 확보에 치중하면서도 각종 공공사업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성과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하나둘씩 가시화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 '도전과 시행착오, 변화, 새로운 미래'
인천도시공사가 창립 10주년 보도자료에 적은 내용이다. 창립 이후 10년에 대한 평가와 반성, 전망을 담은 문구다.
인천도시공사의 주력은 택지개발, 주택건설 사업이다. 그동안 서창지구, 영종하늘도시에 택지를 개발했고 검단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해 그동안 난립해 있던 공장들이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인천아트센터, 인천대 송도캠퍼스, 도화구역, 숭의운동장 도시재생 사업 등 신구도심의 핵심 사업에 참여했다.
주택건설의 경우 송도·청라 웰카운티, 해드림 국민임대, 구월보금자리주택 등 창립 이후 1만2천286세대를 분양했다.
인천도시공사의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작됐다. 특히 영종지구에서 민간건설사들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이미 계약한 토지를 해약하는 사태가 이어지면서 인천도시공사에 유동성 위기가 찾아왔다.
신규·계속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은 공사채로 충당했고,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안전행정부는 '목적 외 사업' 등을 정리하라는 경영개선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인천도시공사는 인천관광공사를 흡수합병한 통합공사로 지난 2011년 말 출범했다. 이후 유동성 위기 극복을 통한 경쟁력 강화, 지방공기업으로서 정체성 확립 등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창립 10주년을 맞는 올해 인천도시공사의 자산매각 목표액은 1조2천억원이다. 지난 1월 인천도시공사가 이 같은 내용의 경영목표를 발표했을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건설경기 침체,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경영여건이 안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도시공사는 올 1분기에만 3천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과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송도 RC-2블록을 1천859억원에 팔았고, 검단산업단지 산업용지 매각 수익으로 380억원을 거뒀다. 공사가 중단된 송도 E-4호텔 사업권을 교보증권컨소시엄에 넘기면서 임대예약보증금 명목으로 800억원을 받았다.
1분기 이후에도 송도 RC-4블록(2천401억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도화구역에서 외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구월 아시아드선수촌 근린생활용지(7필지) 입찰에서 평균 낙찰률 114%를 기록하며 모든 필지를 매각하고, 중심상업용지 매각을 준비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4대 추진 전략으로 '자산 매각 지속 추진', '전략적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윤리경영·사회공헌 지속 실천', '내부 조직 안정화' 등을 수립했다. 투자유치와 고정자산 매각으로 부채총량 비율을 축소하고, 투자우선순위를 정해 사업비를 선별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오두진 사장은 "반드시 올해 1조2천억원의 투자유치와 자산매각을 성사시켜 경영 여건을 안정화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직·간접 투자와 공격적인 선순환 경영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화구역·검단 개발 중점 추진
인천도시공사의 올해 역점사업은 도화구역과 검단신도시 개발사업 두 가지다. 아파트를 먼저 분양한 뒤 상업·업무·공공 용지를 개발하는 기존의 개발 방식과 달리 '앵커시설 선유치'를 통해 사업지구 활성화를 꾀하는 게 특징이다.
도화구역에는 청운대 인천캠퍼스가 지난 3월 개교했다. 청운대는 옛 인천대 본관을 새로 고쳐 입학정원 375명(편제정원 1천500명) 규모로 문을 열었다.
공공기관과 청년벤처타운이 사용하게 될 제물포스마트타운(JST)은 지난 1월 착공해 내년 4월 준공이 예정돼 있다.
도화구역 북측 산업시설용지에는 중국유통물류단지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의류, 잡화, 생필품의 판매와 유통을 담당하는 콘셉트로 개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천도시공사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와 도화구역 1만5천㎡ 규모의 땅을 매매하는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다.
인천도시공사는 '검단신도시 투자유치 전담팀'을 구성해 기업체, 공공기관, 연구소, 대형할인매장 등을 유치하는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관계자는 "부동산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전과 같이 아파트 선분양 방식으로 사업지구를 개발하는 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앵커시설을 먼저 유치한 다음에 주거시설을 분양하는 방향으로 역점사업을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도시공사는 2011년 12월 인천관광공사를 흡수합병해 출범한 조직이다. 공기업 통합으로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도시개발에 관광을 접목시켜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에서 이뤄진 일이다.
관광사업 분야에서 올해 '음악도시 인천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 하반기 한류문화축제, 힐링&캠핑 페스티벌 등을 열어 관광객 유치, 음악산업 기반 조성 등을 꾀하고 있다.
# '비관보다는 희망을'
인천도시공사는 과거 인천시의 정책사업을 받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인천시의 '외압'에 따라, 설령 사업성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분야에도 무분별하게 뛰어들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10년 하반기부터 개선됐다는 평가가 있다. 국토교통부 차관을 지낸 이춘희 사장이 취임하면서 '독립경영'의 기틀을 마련했고, 작년 1월 오두진 사장이 취임하면서 '기업 경쟁력 강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오 사장은 LH 고위 임원 출신으로 토지공사·주택공사 통합 후 사업구조조정을 총괄한 경력이 있다.
인천도시공사노동조합 이재혁 위원장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그동안 국가·지방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인천도시공사가 벌인 사업들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고통도 컸다"며 "조합원 대부분은 '내가 맡은 일이 공기업의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인천도시공사에 대한 비관보다는 희망이 나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명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