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모두 도깨비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 한국인의 특성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적인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성격 중의 하나이다. 비약적이고 돌발적이며 진취적인 한국인의 기질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고 역경을 기회로 21세기 비약적인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발휘한 것이다. 도깨비는 인간이 아니지만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역경이라도 이를 극복하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나의 강연의 요지였다. 물론 도깨비는 인간이 되고자하며 또 인간 세계에 잘잘못이 있을 때 이를 징벌하는 역할도 하는 것이 한국의 도깨비이다. 이런 이야기는 어린 시절 할머니로부터 수 없이 들은 이야기를 토대로 한 것이다. 그리고 후일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타나는 상당수의 기록들은 도깨비 이야기를 적어 놓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동안 왜 우리는 서양의 신화나 전설을 훌륭하다고 말하고 동양의 그것은 무시해 왔는가, 나는 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고구려인들이 축구를 하고 신라인들이 전자산업을 일으키고 백제인들이 자동차를 만들고 이 모든 힘이 하나로 합해져 오늘의 한국이 세계 첨단의 스마트폰을 만드는 나라가 되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눈으로 보자면 정상을 일탈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 바로 한국인들이 지닌 창의적 발상과 사고의 원동력이다. 지금 세계 도처에서 불가사의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성과는 모두 한국인들이 지닌 이런 특징의 발동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 음악계를 놀라게 한 싸이의 음악은 말도깨비춤이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의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 선수가 휘두르는 방망이가 도깨비 방망이이며 지난 세계스케이트 선수권에서 우승한 김연아 선수가 바로 아름다운 도깨비이다.
도깨비란 어떤 존재인가. 그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 존재하는 상상의 존재들이다. 다시 말하면 가상과 현실을 매개한 중간적 존재들이다. 도깨비는 꿈을 꾸는 존재들이고 현실을 뛰어넘는 존재들이다. 그들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표출되지 않은 에너지이다. 서양인들은 물론 중국인들도 한국인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한다. 중국인이 보기에 한국인들은 마치 춘추전국시대의 고대인들이 과거에서 뛰쳐나와 한국의 드라마에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독성은 매우 심해서 한 번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나면 다른 드라마가 시시하게 느껴질 것이다. 필자는 강연의 마지막을 요약했다. 한국인의 특성은 한 문장으로 집약된다. "한국인은 도깨비이고 도깨비는 한국인이다." 호기심 어린 눈동자로 필자의 강연을 듣고 있던 중국의 학생들 중 한 사람이 일어나 말했다. 이제야 한국인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지만 최소한 그들과 인간적 소통의 계기는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최근 일어나는 한류의 붐도 이런 기본적인 정서적 이해를 공유할 때 포말처럼 사라지지 않고 지속 가능한 붐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중국대학생들의 진지한 경청의 자세였다. 중국의 미래가 아주 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일본의 총리가 자꾸 역사 왜곡 발언에 앞장 서는 것은 그들의 막다른 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 아주 대조적이었다.
/최동호 시인·고려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