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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연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소장
최전방 휴전선에서 군복무를 했던 사람이라면 비무장지대에 대한 애틋한 생각 한 편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비무장지대는 한국전쟁의 상처로 남겨진 비극의 상징이지만 자연생태적으로는 정전 후 60년동안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않다보니 수풀이 우거지고 야생동물이 뛰노는 곳이기도 하다. 1967년도에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와 합동으로 비무장지대 학술조사를 했을 당시 민간인의 왕래가 금지되어 있는 민통선까지 넣으면 폭 30㎞, 길이 248㎞(155마일)의 세계서 유일한 자연지대라고 생태적 가치를 이미 인정한 바 있다. 그후 1993년도에 최초로 비무장지대 자연생태 종합조사를 실시한 결과 포유류 35종, 민물고기 83종, 관속식물 1천220종 등이 발견되면서 남북간에 교류가 이루어지더라도 경관까지 수려한 일부 지역은 제일 먼저 보호해야 할 그대로 멋있는 국립공원감이라고 격찬받으며 비무장지대 국립공원 지정론이 대두되었다.

지난 번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구상안을 밝혔다.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조성함으로써 대결과 반목이 아닌 대화와 협력 의지를 대변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국민 모두가 환영할만한 일이라 하겠다. 평화공원을 어떻게 만들고 이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겠지만 이런 비무장지대에 평화공원을 만들면 국립공원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계가 인정하는 자연생태계를 보전하면서 평화공원이라는 사업을 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국립공원 지정이다. 남북 화해의 물꼬를 트면서도 자연보전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화공원이 활발한 남북 교류의 장이 되어 남북 탐방객이 자유롭게 방문해 자연과 문화, 역사를 배우는데 현재 전국 국립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학습프로그램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서 더 나가 평화공원에만 국한하지 말고 남한의 국립공원과 북한의 국립공원으로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희망도 가져본다. 북한에는 국립공원 제도가 없지만 이에 상응하는 명승지 관리기관과 인적 교류를 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설악산국립공원과 연계하자는 방안이 탄력을 받았듯이 실무적인 접근이 이루어져 지리산·설악산 직원들이 금강산·묘향산 직원들과 교환 근무하는 식으로 교류가 확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서산대사는 일찍이 조선사산평어(朝鮮四山評語)라는 시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고 한다.
금강수이부장(金剛秀而不壯) 지리장이불수(智異壯而不秀)
구월불수부장(九月不秀不壯) 묘향역수역장(妙香亦秀亦壯)
금강산은 아름답지만 웅장하지는 않고,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구월산은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않은데 묘향산은 아름답고도 웅장하도다.

이 말대로라면 묘향산이 제일의 명산이라는 뜻인데 서산대사께서 백두산은 왜 언급을 안했는지, 구월산이 그렇게 볼품이 없는지, 묘향산이 지리산보다 얼마나 웅장한지를 평화공원을 계기로 직접 가서 경험해 보고 싶다면 너무 희망이 앞선 것인가!

/박기연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남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