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년간 서부 경남지역 서민들에게 공공의료서비스를 펼쳐 온 진주의료원이 29일 문을 닫았다.

경남도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야권 정치인, 국회, 정부의 정상화 요구에도 이날 진주의료원 폐업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 2월26일 폐업 방침을 발표한 지 3개월 만이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이 279억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데다 매년 40억∼60억원의 적자로 회생이 어렵다며 폐업이란 극약 처방을 내렸다.

보건의료노조는 폐업 방침에 반발, 진주의료원 지키기 투쟁에 나섰고 도청 등지에서 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연일 시위를 벌였다.

노조는 공공의료는 적자가 불가피한데도 수익성을 이유로 의료원을 폐업하려는 건 공공의료의 기능과 목적을 모르는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경남도를 비난했다.

노조의 공공의료 사수투쟁에 야당과 야권 정치인, 시민사회단체 등도 가세했다.

야4당 경남도당과 도내 시민단체 등은 '의료공공성 확보와 도립 진주의료원 폐업 철회를 위한 경남대책위'를 발족하고 폐업 철회와 정상화를 경남도에 요구했다.

경남도는 폐업을 강행하면서 진주의료원 존립 근거를 없애는 해산 조례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도의회 야당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는 도의회 임시회에 이 조례안 상정을 막기로 했다.

경남도의 폐업을 저지하려는 민주통합당이 국회 상임위 활동과 함께 법률 개정에 나서 진주의료원 사태가 전국 이슈로 번졌다.

지방의료원 설립이나 해산 때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3월13일 국회에서 보건복지위 오제세 위원장 등 국회의원 6명, 경남도당 정책실장,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의료원법 개정 등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같은 달 22일 이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인 통합진보당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의원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의료원 부실경영의 책임이 도에 있다고 공격하자 홍준표 경남지사는 실·국·원장 회의에서 "진주의료원은 강성 노조의 해방구"라고 강성발언을 쏟아냈다.

홍 지사는 "이곳에 투입할 돈을 서부경남 의료낙후지역에 투입하도록 하라"고 지시하며 매년 50억원의 예산을 편성, 서북부 경남지역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액수까지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경남도는 3월18일 13일간의 휴업 예고기간을 두고서 적정한 시점에 진주의료원을 휴업하기로 했다.

경남도는 4월3일 한 달간 휴업했고 이후 한 달을 연장했다.

이 과정에 경남도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명의로 공중보건의 5명을 제외한 11명의 의사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진주의료원에 입원 중인 환자들에게 퇴원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길 것을 종용하는 등 폐업 수순을 밟았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착착 진행되자 보건복지부는 '폐업을 신중히 검토해 달라'는 등 내용의 공문을 경남도에 수차례 보냈다.

보건복지부를 방문한 홍 지사에게 진영 장관은 진주의료원의 폐업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폐업 방침을 꺾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진영 장관은 진주의료원을 직접 방문했고 경남도청에서 홍 지사를 만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권유했다.

4월 2일에는 장영달 민주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도청 정문 현관에서 출근길 농성을 벌였으나 역시 홍 지사의 폐업 의지를 꺾지 못했다.

폐업을 강행하며 강성 발언을 쏟아내는 홍 지사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보건의료노조 울산·경남본부는 진주의료원 노조를 '강성·귀족노조'로 비난한 홍준표 지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보건노조는 경남도와 홍 지사, 진주의료원을 상대로 각각 '휴업처분 무효확인소송'과 '이사회결의 및 휴업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홍 지사는 진주의료원 사태와 관련 병원장과 노조가 대화하면 결과를 검토해보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혔다.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김경숙(민주·비례) 도의원이 노조와 대화하라고 요구하면서 노조가 도지사 대신 진주의료원장 직무대리와 협의하면 받아들이겠느냐고 물은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한 지 45일 만인 4월 11일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대화가 시작됐다.

노조가 경영개선안을 제출하는 등 네 번의 간담회를 열었으나 사태 해결을 위한 합의점은 찾지 못했다.

이날 경남도의회 야당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 소속 도의원 11명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개정을 막으려고 도의회 본회의장을 점거했다.

개혁연대는 대책회의를 열고 문화복지위 조례안 심의를 지켜보다가 표결을 강행하면 1차 저지하고 여의치 않으면 18일 본회의 통과를 막으려는 목적에서다.

개혁연대 대표단 3명은 지난 2일부터 도청 현관에서 단식농성을 하다가 지난 9일 본회의 개회에 맞춰 의사당 안에서 농성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경남도의회 문화복지위는 12일 안건 상정을 저지하는 야당 도의원 2명을 몸으로 제압한 채 여당 의원들 주도로 진주의료원 해산을 가능하게 할 '경남도 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촉구하는 청와대의 태도 표명과 국회의 결의안 등도 잇따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주의료원 해법 도민의 뜻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홍 지사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진주의료원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일축했다.

4월 2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경남 진주의료원의 정상화 대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국회는 결의안에서 "최근 진주의료원의 폐업 추진으로 공공보건의료 체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환자들은 질병과 가난보다 진주의료원이 아니면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재경(진주 을) 국회의원이 대폭의 구조조정 노력 등 정상화 해법을 제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에 앞서 7일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진주의료원 방문, 진주의료원 폐업을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당 이목희·김용익 국회의원도 진주의료원을 찾아 폐업 철회를 요구하고 호스피스병동과 급성기 병원 등을 들러 입원한 환자들의 건의 사항 등을 청취했다.

국회 등의 정상화 권고에도 폐업 방침을 고수한 경남도는 9~15일 의료원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및 조기퇴직 신청을 받았고 65명이 신청했다.

이어진 2차 사직 공고에 총 54명이 추가로 54명이 추가로 신청했다. 이로써 230명에 이르던 진주의료원 직원이 71명만 남게 됐다.

4월 16일 박석용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 지부장과 강수동 민주노총 경남본부 진주지부장이 경남도청 신관 옥상에 있는 20m 높이 통신탑에 올라가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는 23일 진주의료원 폐업을 한 달간 유보하고 정상화를 위한 대화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철탑 농성을 벌이던 박 지부장 등이 농성을 풀고 8일 만에 내려왔다.

양측의 합의 내용은 ▲진주의료원 폐업 1개월간 유보 ▲정상화를 위한 노사대화 재개 ▲철탑농성 해제 3개 항이다.

경남도와 보건의료노조는 폐업을 유보하기로 합의한 뒤 대화에 나서 모두 아홉 번 간담회를 열었으나 입장 차만 확인했다.

노조는 59개 항에 달하는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과 '3대 원칙 3대 방안 3단계 절차'를 제출하는 등 폐업을 막기 위해 애썼으나 사측은 획기적인 방안이 없다며 거부했다.

경남도의회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18일 상정하되 심의는 2개월간 보류해 6월 임시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경남도의회 야당 도의원 모임인 민주개혁연대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에 반대하며 11일 점거했던 도의회 본회의장 농성을 25일 밤 스스로 풀었다.

이날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처리 여부를 결정하려던 경남도의회 긴급 임시회가 열렸으나 격론 끝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자동 유회됐다.

본회의도 자동 유회돼 해산 조례 처리가 6월로 미뤄졌다.

시민사회단체와 경남도 간 맞소송 사태도 벌어졌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정운용 부경지회 대표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김형일 변호사 등은 홍 지사, 박권범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 윤성혜 복지보건국장을 직권남용, 의료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했다.

진주의료원 폐업 추진과 환자 강제퇴원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민변 등은 폐업 발표 이전 203명에 달하던 진주의료원 입원 환자가 경남도의 종용으로 197명이 전원이나 퇴원했으나 65명만 다른 병원으로 옮겼고 강제퇴원 환자 중 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국장과 박 직무대행은 진주의료원에서 전원한 후 사망한 환자 유족 박모씨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대표 등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소했다.

이들은 환자의 전원은 보호자의 동의에 의한 자발적이었는데도 마치 환자 사망이 도의 강제 전원 조치에 따른 결과로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경남도가 폐업을 발표한 이날에도 3명의 환자가 남아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 유보 시한이 지난 22일로 끝난데다 대화에 진전이 없자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24일 경남도청 앞 광장에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유지현 위원장, 정해선·최권종 부위원장 등 3명이다.

경남도는 최근 시민단체가 제시한 의료원 사태 해결 중재안을 사실상 거부하는 등 조만간 폐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유 위원장은 아예 물까지 먹지 않는 결사 투쟁을 벌였다.

진주의료원 폐업이 임박하자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26일 진주의료원을 방문, 일방적이고 비민주적인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의료 공공성은 많은 토론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일방적 결정으로 그 틀을 쉽게 흔들어선 안 된다"고 홍 지사를 겨냥했다.

경남도의회는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오는 6월 열릴 임시회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만약 이 조례안이 통과되면 진주의료원은 폐업을 넘어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