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초 2아웃 상황에서 트라우트를 2루 땅볼로 잡아내며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의 위업을 이루자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그제서야 웃음을 지었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한 류현진은 이날 만큼은 날카로운 제구로 상대 타선의 허를 찔렀다.
'괴물 투수' 류현진이 7년 만에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완봉승 투수의 계보를 이었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오브 애너하임과의 홈 경기에서 9이닝을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 첫 완봉승을 신고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가 완봉승을 거둔 것은 박찬호(은퇴), 김선우(현 두산)에 이어 류현진이 세 번째다. 박찬호가 세 차례 완봉승을 거뒀고 김선우가 한 차례 기쁨을 누렸다.
국내 팬들에게 가장 먼저 완봉 소식을 전한 선수는 단연 박찬호다.
특유의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앞세워 전성기를 보내던 시절에 두 차례 역투를 보여줬고, 부진의 터널을 뚫고 부활을 모색하던 2006년 행운의 완봉승을 따냈다.
박찬호의 첫 완봉 경기는 다저스에서 활약하던 2000년 9월 30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 당시 박찬호는 볼넷 1개와 안타 2개만을 내주고 삼진은 13개를 잡아내는 눈부신투구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당시 박찬호는 1-0으로 앞서가던 8회 풀카운트에서 높은 직구를 밀어쳐 오른쪽 펜스를 넘기는 솔로포를 뿜어내 공격에서도 한 몫을 해냈다.
박찬호는 이듬해 7월 19일 생애 두 번째 완봉승을 거뒀다. 이번에는 홈구장인 다저스타디움에서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첫 무 4사구 완봉승을 엮어냈다. 상대의 안타는 2개뿐이었고 탈삼진은 9개나 됐다.
이후 박찬호가 부진에 빠져들면서 뜸하던 한국인 투수의 완봉 소식은 2005년 김선우에 의해 4년 만에 다시 이어졌다.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9월 25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9이닝 동안 삼진은 3개밖에 잡지 않았으나 볼넷 1개와 안타 3개만을 내주고 상대 타선을 무력화했다.
박찬호와 달리 직구가 최고시속 146㎞에 불과했지만 김선우는 130㎞대 중반의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스트라이크존 낮은 곳으로 떨어뜨려 배리 본즈 등 강타자들과의 승부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마지막으로 박찬호가 재기의 불꽃을 피워 올리던 2006년 6월 3일 피츠버그전에서 때마침 비를 뿌린 하늘의 도움을 얻어 6이닝 5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강우 콜드 완봉승을 거뒀다.
이후 7년간 한국인 투수 중 누구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직접 미국에서 프로무대에 뛰어든 류현진이 그 계보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빅리그 데뷔 첫 시즌에 11경기 만에 경사를 맞은 류현진은 가장 빨리 완봉승을 거둔 한국인 투수가 됐다. 199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박찬호는 첫 완봉승까지 6년이 걸렸고 김선우도 2001년 데뷔한 지 4년 후에나 기쁨을 누렸다.
다저스는 한국인 투수의 완봉승 5번 중 무려 3번을 함께한 팀이 됐다. 그 중 두번이 다저스타디움에서 나왔다.
류현진이 완봉승을 거둔 과정은 앞선 두 선배의 장점을 잘 섞은 것처럼 보인다. 직구 구속을 최고시속 153㎞로 끌어올려 힘 싸움에서 눌리지 않았고 전매특허인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는 상대 타선을 요리하기에 충분했다.
/신창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