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이 한창이던 1965년 공군 라디오 방송의 슈퍼스타 크로나워(로빈 윌리암스 분)가 월남땅을 밟는다. 그는 월남파병용사를 위한 라디오 방송 DJ. 첫 방송부터 파격적이고 속사포 같은 멘트와 노래 선곡으로 파란을 일으킨다. 군 상층부는 그의 태도가 못마땅하지만 병사들에게는 최고의 인기. 전쟁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이 DJ의 진솔한 멘트는 병사의 심금을 울린다. 그러나 군대라는 고리타분하고 경직된 규범이 그를 가만히 놔둘리 없다. 로빈 윌리암스의, 로빈 윌리암스에 의한, 로빈 윌리암스를 위한 영화 '굿모닝 베트남(Good Morning Vietnam)'.

월남전을 다룬 영화가 꽤 많지만 피 튀기는 전투장면없이 이렇게 위대한 반전 영화를 만든 감독 배리 레빈슨의 역량은 그저 놀라울 뿐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60년대 팝송을 듣는 재미다. 더 서쳐스의 'Sugar And Spice',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 그리고 이 영화의 주제음악인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등 주옥같은 곡들이 흘러나온다. 검열 대상이지만 미군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를 전달하려고 애쓰다 결국 마이크를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린 이 멋진 DJ는 말한다. "라디오라는 대기적 덕분에 여러분들과 전파를 통해 얘기할 수 있습니다."

크로나워를 뛰어넘는 슈퍼 DJ 이종환이 어제 폐암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70, 80년대 이땅에서 청춘을 보냈던 중장년들에게 그 이름 석자는 아주 오랫동안 전설로 남을 것이다. 프랑크 프루셀의 'Adieu Jolie Candy'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던 시그널 뮤직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를 듣는 그 순간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었던가. 이종환은 '한밤의 음악편지' '별이 빛나는 밤에' '이종환의 디스크쇼' 등의 진행을 맡으면서 '2시의 데이트' 김기덕, 최동호, 박원웅과 함께 국내 'DJ 1세대'였다. 50, 60대의 감성의 8할은 라디오 DJ프로그램이라고 할 정도로 당시 이종환이 끼친 영향력은 대단했다. 특히 언플러그드 음악감상실 '쉘부르'를 통해 배출된 포크 가수들로 70년대 한국음악은 풍성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한국 포크계의 대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