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李鍾贊 부장판사)는 17일 아내와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한뒤 이를 숨기기 위해 범행현장인 자신의 아파트에불을 질렀다는 혐의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뒤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된 '치과의사 모녀살해 사건'의 이도행 피고인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유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검찰은 이 피고인이 아침에 어떤 국을 먹었는지, 숨진 부인 최수희씨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 샤워를 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며 이를 유죄의 정황증거로 삼고 있으나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은 이피고인이 자신이 출근한 7시 이전에 불을 질렀는데도 불이 늦게 번지거나 화재 지연 장치를 해 오전 8시40분께 목격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사체에서 발견된 시간과 시반(시체에 생기는 자색의 얼룩점) 역시 이 사건이 피고인 출근전 발생했다는 증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아내의 불륜 사실 사전 인지 등 검찰이 내세운 피고인의 범행 동기 역시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제3자의 범행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증거는 모두 나름대로탄핵돼 증거가치가 상당부분 감쇄된 반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다수 발견된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 선고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95년 6월12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아내와 딸을 살해하고 사체를 욕조에 옮겨놓은 뒤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같은해 9월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살인죄 등이 적용돼 사형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무죄, 상고심에서 파기환송되는 반전을 거듭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다시 상고할 것으로 보여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연합>연합>
'한국판 OJ심슨 사건' 이도행씨 무죄
입력 2001-0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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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2-18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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